노동일 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 이목 집중
지방선거 열기 달아오르지 않아
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
유권자의 한표에 달려있을 수도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All politics is local) 미국 정계의 거물이었던 팁 오닐 전 하원의장의 말이다. 정치인들에게 지역적 기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있다. 오닐 전 의장의 이 말은 기실 그가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처음 나선 시의원 선거에서 160표 차로 낙선했다. 가까운 이웃들은 당연히 자신을 지지할 줄 믿고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낙담한 그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잊지 말아라."
아버지의 충고 덕분일까. 오닐 의장은 무려 34년 동안 의원을 지냈고,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지역과 유권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치인은 유권자를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가로등에 불이 안 들어온다는 민원이 있을 때 시청에 전화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은 곧 유권자의 한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도 했다.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정치인은 사상누각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이 말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튼튼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민주주의는 모래성처럼 허약한 존재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정치가 지역적이란 말은 모든 종류의 정치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중 특히 중요한 부문은 두말할 것 없이 지방정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강화라는 말은 지방분권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역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지방자치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지방재정권, 지방입법권 등에서 중앙의 권력을 더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방향이 맞다.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인 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여러 마을이 부락을, 많은 부락이 지방정부를, 다수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만드는 게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각 단위마다 구속력 있는 룰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일이 정치요 정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연방을 구성하는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각 주가 보유한 완전한 주권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중앙(연방) 정부를 만든 것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라는 말의 시작점은 지방자치에 있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처럼 선거 열기가 뜨겁지 않은 경우도 드문 듯하다. 워낙 남북 평화무드가 압도하는 정국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선거 전날에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당에 당사자인 우리야 말해 무엇하랴.
'보수 궤멸'이 공공연히 나도는 판에 나 하나의 선택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투표를 하지 않을 핑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영어로 바보 또는 멍청이를 '이디엇'(idiot)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의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 무식한 사람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해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이다.(로버트 파우저, 미래시민의 조건)
하긴 스스로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혹시 아는가. 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 내 한 표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들부터 이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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