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고진하 지음/ 마음의 숲 펴냄

입력 2018-06-07 12:27:35

흙집 짓고 잡초 캐며 사는 시인 부부의 힐링 스토리

편리한 도시를 떠나 산이나 한적한 시골로 찾아든 사람들의 얘기가 방송, 신문, 출판 등을 통해서 많이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는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도 자연인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희화화되기도 한다.

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제법 행복합니다

이 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출판됐다. EBS다큐프라임 '맛의 배신', '하나 뿐인 지구',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흙집 짓고, 잡초 캐며, 사는 고진하 시인·권포근 잡초요리연구가 부부의 힐링 스토리다. 한국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이라 할 수 있다. 자급자족, 자발적 가난, 불편도 즐길며 사는 시골 부부 이야기다. 낡은 시골집을 직접 수리하고, 아궁이에 불을 때고, 요강을 쓰고, 잡초를 뜯어 밥을 지어 먹는다.

이 부부의 집에는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고, 개구리와 뱀, 지렁이와 박쥐도 함께 산다. 동물과 함께 하는 공생이다. 더불어 키 작은 식물들에게 배우는 삶의 이야기도 공존한다.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과 나누는 따뜻한 대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을 재발견하면서 사는 삶은 요즘 유행하는 단어인 '소확행'(小確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 맞다.

이 부부는 자신들이 사는 집을 '불편당'이라고 짓고, 불편도 불행도 즐기면서 살자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 불편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통한 행복과 느린 삶에서 '찾는 여유를 전한다.

이 부부에게 사계절은 이렇게 다가간다. "꽃이 피면 꽃마중을 가고, 태풍으로 쓰러진 꽃들은 기둥을 엮어 바로 세워준다. 가뭄에는 하늘이 주시는 비를 기다리고, 단풍이 질 땐 노랗게 '산불'이 났다며 가을을 반기고, 겨울엔 처마 밑에 달린 고드름을 실로폰처럼 두드리며 노래도 부른다. 바쁜 도시에선 계절도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느린 시골에선 계절이 천천히 다가와 오래 머물다 간다." 이 부부에게는 가뭄에도 꽃을 피우는 잡초들마저도 자연의 친구다. 담을 타고 넘어와 밥을 동냥하는 고양이 가족과 철마다 세들어 살기 위해 오는 제비들 모두 공생하는 가족이다.

너도나도 '힐링'과 '여유'를 쫓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더 여유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도시생활의 빠름에 정신이 없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편리한 일상에 익숙해져, 조금이라도 느리고 불편한 것들에 견디지 못하고 짜증을 자주 낸다. 사실 나중에 보면, 별 중요하지도 않는 것에 서로 피튀기게 경쟁하며 사느라 주위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저자 고진하는 불편도 불행도 즐기며 살자는 마음으로 강원도 원주 명봉산 기슭에 귀촌귀농했다. '흔한 것이 귀하다'는 삶의 화두를 말이 아닌 삶으로 실천하고 있으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잡초의 소중함에 눈떠 잡초를 뜯어 먹으며 잡초처럼 낮아진 겸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낮에는 낡은 한옥을 수리하고 텃밭을 가꾸며,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가끔은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시와 인문학 강연을 펼치기도 한다.

자연 속에 사는 인간의 낮은 마음과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30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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