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펄, 김영진·이명미·최병소 3인展

입력 2018-06-07 12:41:42

‘비우기·그리기·지우기’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진, 이명미, 최병소 작가를 초대해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미술을 생각해보는 특별전이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열리고 있다. 40~50년의 세월 속에서 세 작가는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감성의 결이 담긴 작품을 발표해 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 '비우기, 그리기, 지우기'는 미술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깊고 쉽게 혹은 풍부하면서 구체적으로 끌어내 그만의 행위를 통해 형과 색이 발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영진 작가의 작품은 작업실 벽면에 설치된 손이나 바닥에 놓인 팔, 그리고 방석처럼 생긴 석고에 인체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신체의 부분을 재료의 특성에 맞게 찍어 내 듯 오목한 형으로 공간을 비우는 음각 작품과 신체의 부분을 양각의 부조로 표현하고, 그 위에 푸른색을 뿌려 블루라이트로 빛을 발하고 있다. 신체의 부분이 방석에 닿아서 생기는 무게감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다. 김 작가의 시선은 조각적 공간이거나 회화적 공간에서 실체와 실체 사이 혹은 실체를 전제한 그림자가 자리하는 곳, '사이-공간'에 가 닿는다. 그리고 이 시선이 멈춘 곳에서 작가의 작업이 이뤄진다. 움푹 들어간 공간은 공기와 바람이 통하고 숨을 쉬는 공간이다. 김 작가의 시선이 가 닿는 곳, 바로 빈 공간을 보는 시선이다.

김영진 작가
김영진 작가

이명미 작가
이명미 작가

최병소 작가
최병소 작가

김영진
김영진'이명미'최병소 3인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모습

'김영진'이명미'최병소 3인전'이 열리고 이는 전시장 모습

이명미 작가의 작품은 '여인左상'이다. 작품의 제목이 '여인坐상'이 아니고 '여인左상'이라는 부분은 작가의 위트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작가의 그리기는 선과 색 그리고 색의 면을 조율해 가는 과정에서 그만의 감각 작용, 보는 것에서 읽는 것을 겹쳐 놓아 의미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리기에 읽기가 결합된 언어적 의미는 선과 색에서 느끼는 시각적 강렬함에 위트와 유머를 담아 존재에 대한 무게와 깊이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것에 있다. 이 작가는 "나는 누구를 닮은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 나만의 색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나의 그림에서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은 말 할 때와 침묵할 때처럼 일상의 리듬에 따른다. 나는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기보다 그리기에 몰입하다보면 나의 방식을 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병소 작가의 신문지 작업은 얇은 인쇄면에 무한 반복을 통한 선긋기다. 그것은 2차원의 회화가 가진 착시(illusion)를 거부한 행위의 반복이다. 신문지는 최 작가에게 있어 삶과 예술, 현실과 미술을 잇는 '레디메이드 오브제'다. 이처럼 재료와 행위의 반복 속에서 필연적으로 3차원의 공간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설치작과 연필에서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작품도 전시된다. 신문지의 활자를 지우고 긋는 행위에서 신문의 원지인 백지에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했다. 이 작품은 검은 색 실크스크린 사이 공간을 비우고, 비워둔 공간에 긋는 행위가 만들어 내는 2차원의 평면성은 3차원의 공간성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7월 20일(금)까지.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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