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시(京都市) 라이딩은 슬렁슬렁 관광형이다. 1868년 메이지 유신까지 약 1,100년 동안 헤이안 시대의 수도였던 교토는 역사의 보물창고이다. 우리나라 경주와 대비가 된다. 거리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시가지 라이딩은 사람들과의 싸움이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미어터져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갈 곳은 많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국내외에서 약 5,700만 명의 사람이 몰린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대구경북 관광산업의 모델 도시이다. 교토만 잘 연구해도 우리의 관광산업이 가야할 길을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아라시야마(嵐山), 금각사(金閣寺), 은각사(銀閣寺), 청수사(淸水寺), 기온거리, 니조성(二條城), 후시미이나리신사(伏見稲荷神社), 료안지(龍安寺), 텐류지(天龍寺) 등 둘러봐야 할 곳들로 숨이 찰 정도다.
다들 인접한 거리에 있어서 동선이 짧은 것은 다행이나 인파에 묻히면 볼 것 없이 자전거를 끌고 다녀야 한다. 간혹 사람들 사이를 묘기부리듯 요리조리 자전거 타는 것도 또 재미나다.
비와호(琵琶湖)를 출발하여 오츠시(大津市)를 통과하여 시가지로 접어들면 교토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가모가와강(鴨川)을 만난다. 31㎞에 이르는 낭만이 뚝뚝 흐르는 강줄기는 세계 문화유산인 텐류지(天龍寺)와 대나무 숲이 유명한 '아라시야마(嵐山)'까지 이어진다. 흔히 '연인들의 강'이라 불리워져 해질 무렵 줄지어 앉아있는 청춘남녀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장관이다. 시가지로 접어들 무렵 '산조대교(三条大橋)' 위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가모가와강이 펼치는 정경을 보기 위해 어깨를 부딪칠 정도의 인파가 늘 북적댄다.
◆교토 시가지 라이딩의 출발점-아라시야마(嵐山)
치쿠린(竹林) 대나무 숲이 유명한 아라시야마로 향하는 길은 풍류 그 자체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강가에는 추억이 넘실댄다. 강가를 지나는 다리 위에서 인증샷을 찍고 텐류지 정원을 둘러본다.
곧바로 이어지는 치쿠린 대나무 숲으로 향한다. 사람들 눈총을 피해 자전거를 끌고 숲속을 거닌다. 커피로 유명한 퍼센티지 커피숍 앞에는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저렇게 줄을 서야 할 만큼 대단한가 싶지만 그 또한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사진만 남기고 떠난다. 시가지 중심까지는 10㎞ 정도로 가는 길에 청수사, 금각사, 은각사, 기온거리, 니조성 등이 촘촘하게 붙어있다. 교토 관광의 또 다른 매력은 대부분의 관광지가 도보 중심, 거리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걸어서 선을 그리듯 도심이 형성되어 눈으로 스치는 여행이 아닌 체험형 여행이 가능하다. 몇날 며칠 둘러보아도 모자랄 교토를 뒤로 하고 간사이의 산업, 물류 중심지인 고베항(神戸港)으로 향한다.
◆지진을 극복하고 일본 3대 야경을 자랑하는 고베시(神戸市)
교토에서 고베까지는 줄잡아 90㎞ 정도다. 딱히 다른 길이 없어서 도심지 차도를 따라 달리는 전형적인 도심 라이딩이다. 오전에 교토타워 등을 둘러보고 늦게 출발한 탓에 저녁이 다 되어서야 목적지인 '고베포트타워'에 도착했다. 고베항은 간사이의 물류와 교통,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다.
1995년 진도 7.2의 대지진으로 고베시는 완전히 망가졌다. 약 6,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도시는 온통 망가졌다. 그 참상을 보존하기 위해 '고베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고, 역사의 교훈을 새기기 위하여 '사람과 미래방제센터'를 만들었다. 특히, 피해가 심각했던 고베항 일대는 완전히 신도시로 탈바꿈하여 쭉쭉 뻗은 마천루와 시원한 광폭도로가 인상적이다.
밤의 고베 항구는 특히 아름답다. 고베 항구는 나가사키(長崎), 하코다테(函館)와 더불어 3대 야경이라 불린다. 나가사키와 하코다테가 홍콩과 닮은 듯 높은 도심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자연적인 야경이라면 고베는 철저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야경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고베항을 갈아엎고 그 위에 호텔과 각종 위락시설, 공원을 조성하였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지겹지 않은 멋진 야경이다. 고베 타워의 불빛이 달빛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고베의 야경을 보지 않고 고베를 얘기하면 반쯤만 아는거다. 도착도 늦었거니와 야경을 철저히 즐기기 위하여 항구 근처에 숙소를 정하였다. 전혀 비용이 아깝지 않은 좋은 선택이었다.
◆간사이 경제 교류의 허브도시, 쉴 틈 없는 오사카(大阪)
첫날 내렸던 간사이국제공항(KIX)이 있는 오사카로 달린다. 고베로부터 40㎞ 남짓의 짧은 거리이다. 고베-오사카 구간의 도로는 시원스레 거침이 없다. 길을 헤맬 이유도 없다. 마치 차와 경주하듯 질주한다.
약 2시간을 달려 도심으로 진입하자 오사카를 가로지르는 요도가와강(淀川)을 따라 시가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사카 중심부를 흐르는 요도가와강은 비와코호수(琵琶湖) 남단에서 시작하여 오사카만까지 약 75㎞에 이른다. 해질 무렵 강변에서 오사카의 빌딩숲을 바라보는 광경 또한 압권이다.
자전거로 오사카를 온다는건 상상조차 못하였다. 자전거에 비친 도시는 전혀 다른 오사카였다. 출발점인 오사카성(大阪城)으로 향한다. 구마모토성(熊本城), 나고야성(名古屋城)과 더불어 일본 3대 성이라 불린다. 자전거를 탄 채 오사카성 앞에 포즈를 취하니 묘한 느낌마저 든다. 신기한 듯 쳐다보는 주위 시선을 은근히 즐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오사카를 즐길 참이다. 단언컨대 자전거는 도시의 속살을 까뒤집어 볼 수 있는 마법 도구이다.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toursk@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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