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노동시장 임금질서 교란"

입력 2018-06-04 18:54:54 수정 2018-07-20 10:02:18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회에서 개정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회에서 개정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 정책은 큰 부작용이 없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결과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과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내년과 내후년에도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 감소 폭이 커지고 임금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가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급격한 인상이 추가로 계속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고용 감소에 대한 전망이다. 2년간 최저임금을 현재 계획대로 매년 15%씩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감소 규모는 2019년 9만6천명, 2020년 14만4천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없는 경우를 가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최대 8만4천명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이나 헝가리 관련 기존 연구결과를 이용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를 추정한 결과 대략적으로 하한은 3만6천명, 상한은 8만4천명이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되면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하위 30%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아 경력에 따른 임금상승이 사라지면서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가 약화되고 인력 관리가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고용감소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의 임금 질서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가 2005년 최저임금이 임금 중간값의 60%에 도달한 뒤 임금 질서 교란 때문에 추가 인상을 중단했는데,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그 비율이 55%라고 분석했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되지 못한 부작용을 낳아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상대적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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