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해외봉사프로그램– 이상과 현실 사이

입력 2018-06-05 05:00:00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대학생 국제 경험 타 문화 이해 높여
세계 시민 삶 배우고 교육성장 도모
서구 식민지 역사 경험한 아프리카
세계 사회 불평등 구조도 새겨봐야

'N포 세대' '니트족'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고, 취업난과 불안정 노동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도 청년들은, 예컨대 필자가 매학기 새롭게 만나는 대학생들은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 사회에서 효용성을 발휘하는 각종 시험(토익 등)과 공모전에 대비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쓰고, 동아리 회장, 대외활동, 어학연수, 인턴, 기업 탐방, 봉사와 같은 스펙을 쌓으면서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방에 살고 있는 대학생들은 방학 때 토익 점수와 영어회화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량진의 '메가스터디'에 다니러 서울로 올라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스펙은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과 함께 높아지고 있으며,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캠퍼스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자유로운 대학'은 온데간데없고, 대학 생활은 주로 경쟁을 배우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외 자원봉사도 이력서 한 줄을 위한 대외활동으로 청년들의 스펙 쌓기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대학 게시판에 붙은 다양한 포스터를 관심 있게 보는데, 그 가운데 최근 해외자원봉사 프로그램 사진과 '내 청춘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때 그 포스터에는 '청춘' '팔아'와 '사고'라는 단어가 크게 표기되어 있다.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타인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문화 교류를 체험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두고 있다. 해외봉사는 참가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주체적인 세계 시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 봉사단'은 홈페이지에서 봉사활동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지구촌 이웃들과 우리의 발전 경험을 나누고 그들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 지구촌 이웃은 '제3세계'를 가리킨다. '제3세계'라는 용어는 '근대화이론'에 의해 널리 유포된 '저개발국가'라는 말과 유사하게 이해되고 있고, 선진국의 발전단계에 훨씬 뒤처진 빈곤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 아동들의 이미지는, 한편으로 불평등하게 구조화된 세계사회에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희생자의 이미지로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타자의 재현이 '제3세계' 사람들의 온전한 자립성과 행위능력을 부정하고 수동적인 객체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제3세계라는 단어에는 이미 산업화된 '우리'의 삶의 방식과 다른 '자본주의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그들'의 삶에 대한 '우리' 자신의 욕망과 동경이 반영되어 있다.

해외봉사 프로그램의 교육활동가와 행정 운영자는 포스터에 적절한 표현과 문구를 만들면서 타자에 '대해' 말하는 주체의 자리에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도움을 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침묵하게 하는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자신의 선한 의지와 반대로) 공고화하는 데 관련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이 국제 경험을 습득하고 타 문화를 이해하고 연대성과 세계 시민적 삶의 의미를 배우면서 교육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나 서구의 식민주의 역사로 인해 형성된 불평등한 세계 구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것이다. 이러한 내적 모순을 자각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해외봉사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미와 해방적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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