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깨어 있는 유권자와 지역발전

입력 2018-06-07 09:59:00

박세정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박세정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유엔은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회원국의 행복도 순위를 발표한다. 이 순위에 늘 최상위 10위권에 드는 나라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좋은 정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3개국이 그렇고, 넓게 보면 북유럽 국가들이 그렇다. 이들 국가에서 정치의 역할이란 국민의 애환을 대변하고 해결책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정치 선진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이 선거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 할 정도로 정치의 성격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정치가 이뤄진다는 북유럽은 선거 또한 교과서적이다. 이들 국가의 선거는 매우 조용하고 평화롭게 진행된다. 선거 과정에서 다툼이나 폭력도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공천과 관련한 잡음, 부정, 과도한 네거티브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표 참여율도 높고, 공약을 꼼꼼히 살펴서 자신의 의사를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른다.

이러한 투표 행태는 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정치를 한다는 덴마크의 경우 중학생이 되면 정치인들을 학교로 불러 각 정당의 공약을 듣고 이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학생회 선거도 일반 선거처럼 매우 진지하게 진행된다. 이 나라 국민들은 어린 시기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받는 것이다. 인접한 다른 국가들도 상황은 유사하다. 이 때문인지 북유럽의 유권자들은 매우 냉정하고 사려 깊다. 유권자들이 깨어 있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이고 유권자를 존중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려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정치가 국민의 애환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원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데, 우리의 경우 오히려 정치가 사회적 갈등과 다툼을 유발하는 구조다. 우리 정치는 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권력 다툼에 매몰돼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유권자의 탓도 크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고, 후보자를 선택할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지역 정서나 연고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거는 정치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고, 정치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6월 13일 지방선거가 열린다. 선거를 통해 다양한 지역 쟁점이 드러나고 해결 방안이 모색된다. 선거가 팽팽할수록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고 이러한 공약이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지역이 발전한다. 선거가 팽팽할수록 정치인들은 주권자인 국민을 염두에 두게 된다. 반면 선거가 느슨할수록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지역을 돌아보면 후자에 가깝다. 지역민의 선거 참여율은 전국 최하위권이고 후보자를 선택할 때는 상당 부분 지역 정서에 의존한다. 이는 선거의 긴장 국면을 낮춰 정치적 영역에서의 경쟁 구도를 조성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해 누가 발전을 위한 좀 더 나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투표는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박세정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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