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한 달 앞두고 대구 중소기업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막상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면서 기업 경영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기업이 몰린 지역 제조·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조업계는 탄력.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고, 건설업계는 마땅한 활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경기 악화에는 아랑곳 없이 기업을 몰아세우기만 한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제조업계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근로시간 단축 대상은 300인 이상 기업이다. 대구의 경우 당장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을 받는 업체는 총 122곳(근로자 수 7만8천66명)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건설업 12곳.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9곳 순이다.
업종 특성상 공장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역 업체 상당수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2조 2교대로 공장을 운영해 주 52시간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삼익THK는 제도 시행에 맞춰 탄력근무제와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업무량이 많은 특정 사무부서와 야근이 적잖은 연구직 직원들의 경우 제도 시행 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이 몰리는 시기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는 만큼 직원들이 평소에는 유동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조 2교대로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있는 공장 근로자들은 인력 충원을 결정했다. 30여명을 추가 채용해 근로자들을 평일반과 주말반으로 나누는 안과 3조 2교대로 운영 방식을 바꾸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삼익THK 마재영 상무는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근무방식만 조정하면 문제가 없지만 공장 근로자는 추가 채용이 불가피했다”며 “제도 시행 후 근무 방식에 대해 노조 측과 협의하고 있다. 구체적 안이 결정되면 제도 시행에 앞서 6월 중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창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비해 최근 현재 2조 2교대로 운영하던 방식을 3조 2교대 체제로 바꾸며 27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일일 근무시간은 같지만 주 4일 근무·2일 휴식으로 변경돼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내로 맞출 수 있게 됐다.
경창산업 측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제도 시행에도 발맞추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늘어날 인건비는 부담이다. 해당 업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천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27명을 추가로 고용하며 매년 8억원이 넘는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은 ‘우회로’를 찾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한해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감이 몰리지 않는 시기에는 공장 근로자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원을 늘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일감이 몰릴 때를 대비해 인원을 늘렸다가 비수기에 직원을 놀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불법파견 여부를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면 일시적으로 용역업체를 통해 근로자를 충원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앞선 안”이라고 말했다.
◆전전긍긍하는 건설업계
“건설현장에서는 지금도 숙련공을 구하지 못해 난립니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니요. 아무리 못잡아도 인건비 부담이 1.5~2배는 될 겁니다.”(A업체 건축팀장)
“건설업계에서 공사기간은 곧 돈입니다. 정해진 공사기간을 꼭 맞춰야 합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인력과 장비를 추가 투입할 수밖에 없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B업체 경영본부장)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둔 대구 건설업계는 공사 기간(공기) 증가와 공사비 급증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이 조사한 건설업 현장 근로시간은 최소 주당 61시간에 달한다. 이를 52시간으로 맞추면 공사기간 역시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공서 발주, 공동주택 등 공사 기한을 꼭 지켜야 하는 사업장 경우 인력 추가 고용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비용 증가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대한건설협회는 적정 공사기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줄면 부실 시공과 안전사고까지 잇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이에 따라 공사 규모별 근로시간 단축을 차등 적용하고 유예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공사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고만 있다. 이를테면 표준 공기(공사기간), 노무비 등 시뮬레이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당 근로시간 단축 전에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책정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거나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보전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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