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생활하수 범람, "대구시 '취수원 이전' 자격 있나"

입력 2018-05-31 17:58:40

대구시, "2035년까지 빗물·하수관 분리 마칠 것"

대구의 낡은 하수처리시설의 개선이 늦어지면서 빗물과 섞인 생활하수가 하천에 고스란히 유입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대구시가 20년 넘게 하수관 분류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정률이 40%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성교 아래. 이 곳에는 성서산업단지 주변 가정과 도로 하수구로부터 흘러온 생활하수와 빗물이 모여드는 폭 2m, 길이 30m, 높이 2m 크기의 '우수토실'이 설치돼 있다. 우수토실은 도심에 내린 빗물과 가정 생활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합류식 하수처리방식'의 필수 공간이다. 평소에는 빗물과 생활하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만, 폭우로 처리 용량을 넘어서면 빗물과 생활하수 일부를 하천에 흘려보낸다.

그러나 우수토실에 고인 물 위로는 시커면 하수 찌꺼기가 둥둥 떠다녔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부 구역에는 아예 검은 기름띠가 딱딱하게 굳어 있기도 했다. 비가 오면 이 곳의 오수 중 일부가 하천에 유입되는 것이다.

지난 30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성교 아래에 설치된
지난 30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성교 아래에 설치된 '우수토실'(빗물을 토해내는 곳)에 그간 주변 마을과 도로에서 흘러든 생활하수 찌꺼기와 빗물이 고여 있다. 이곳 오수는 평소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지만 비가 많이 오면 일부가 넘쳐 하천에 흘러든다. 홍준헌 기자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 곳의 물이 하천에 유입되면 낙동강 보에 가로막혀 하천 바닥에 퇴적된다. 강 흐름이 정체된 상태여서 자연정화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지난 1983년 하수처리장 설치 당시부터 35년 간 합류식 하수처리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빗물까지 정화해야 해 하수처리비용이 높고, 우수토실에서 넘어온 생활하수가 하천에 유입돼 수질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995년부터 도시 전역의 하수관을 분류식으로 개선하는 분류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상 지역이 광범위해 공정률이 40%에 그치는 형편이다.

분류화사업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는 중장기 계획없이 특정 지역의 분류화 공사가 끝날 때마다 매번 해당 지역에서 하수처리장까지 장거리 하수관을 매설하는 낭비를 일삼았다. 시는 지난 3월에야 여러 지선하수관로를 간선으로 집중한 뒤 하수처리장에 보내는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세웠다. 오는 2025년까지 국비와 시비 등 1조원을 들여 신천과 범어천에 간선오수관로를 설치한다는 것. 분류화사업도 이르면 2035년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대구시가 낙동강에 생활하수를 고스란히 방류하면서도 맑은 식수를 확보한다며 구미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 대한 결례"라고 지적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