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정부 출범 후 더 심화된 양극화, 경고등 켜진 소득주도 성장론

입력 2018-05-31 05:00:00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이념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가계소득을 증가시킬수록 총수요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양극화가 되레 심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발표됐다. 분배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1분기보다 8%나 줄어들었다는 통계청 자료는 충격적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9.3%나 늘었다. 둘 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 및 증가세다. 정부가 소득 분배 상황 개선을 위해 갖은 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백약이 무효였던 셈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경제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고 양극화 현상을 오히려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학계와 경제계 등에서 누누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눈과 귀를 닫은 채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을 강력히 추진했다. 하지만 그 결과 오히려 고용이 위축되고 생활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생겨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

설령, 의도가 선하다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쁜’ 정책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가계소득 동향 점검 회의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언급한 것은 정부 스스로도 당혹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 경제정책이 이상(理想)만 가득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지적을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맹점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자기반성도 필요하다. 혹여나 양극화가 더 심해졌으니 더 강한 분배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고집부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악수(惡手)이고 패착(敗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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