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문경 예천 봉화 농가 수확 손실 최대 90% 달해 "나무에 열매 거의 없어…"

우리나라 사과주산지인 경북 북부지역에서 심한 낙과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농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올해처럼 심한 낙과는 사과농사 30년 만에 처음입니다."
경북지역 사과 주산지인 안동과 문경, 예천, 봉화 과수원에서 사과 열매가 떨어지는 낙과가 속출해 농심이 멍들고 있다.
◆낙과 피해 속출
30일 안동시 예안면의 한 사과밭. 곳곳에 노란 사과 열매들이 떨어져 있다. 이 곳에서 여름사과라 불리는 홍로 품종을 재배하는 A(56) 씨는 요즘 낙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부지런히 준비한다고 적과 작업을 미리 했는데 멀쩡하게 잘 자라야 할 열매들이 노랗게 변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적과(알솎기) 작업이라도 하지 않았더라면 상태가 좋은 과실을 살려 재생산을 시도하겠지만, 다른 열매를 다 따낸 상태에서 믿었던 열매마저 떨어져 버리니 그의 마음조차 노랗게 탄다.
A씨는 "1만3천㎡ 가량의 사과밭 중에 40%가량이 낙과손해를 입었다. 다른 농가들도 20~30%는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농사는 적자가 뻔해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문경지역의 경우 대표사과인 감홍(甘紅) 생산농가들은 유례없는 직격탄을 맞았다.
매년 인기에 힘입어 문경사과축제와 생산 농가들의 택배 판매에서만 완판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낙과 피해 때문에 올해는 문경사과축제에서도 물량이 모자랄 판이다.
문경감홍사과재배연구회장인 박성오(48) 찬미네농원 대표는 "이번 낙과 피해로 여름사과인 아오리를 비롯해 열매가 일찍 열리는 감홍, 홍로 등 중생종 사과가 피해를 봤다"며 "특히 감홍 피해가 많아 올해는 품귀현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경시가 추정한 이번 낙과피해는 전체 2천ha 중생종 재배면적 중 500ha에 달한다.
이날 오후 예천 은풍면에 위치한 김태호(59) 씨의 사과밭. 어린 사과가 상품이 되기도 전에 대부분 낙과해 김 씨의 마음도 함께 떨어져나가는 기분이다. 인부까지 써가며 열심히 적과까지 끝냈지만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적과를 끝낸 100여 그루의 사과나무 중 벌써 80%의 사과 열매가 낙과해 빈 나무에 약만 치고 있는 골이다. 이대로 피해가 지속되면 올해 농가소득은 마이너스(적자)일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예천군과 농업기술센터 등 따르면 사과 과수원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90%까지 낙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피해면적까지 점점 증가하고 있어 올해 사과 수확량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봉화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봉화 봉성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정연호(61)씨는 "2/3 이상 낙과 피해를 입었다. 평년에 1천상자를 수확했다면 올해는 300상자도 수확하기 어려울 것 같다. 농작물 재해보험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앞날이 캄캄하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야 된다"고 했다.
현재까지 낙과피해를 입은 과수 재배 면적은 전체 2천156ha 중 530ha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품종은 대부분 홍로와 부사이다.

안동시 예안면의 한 사과밭에는 한창 자라야 할 열매들이 노랗게 변해 낙과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농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사과 주산지 비상
경상북도와 사과 주산지 시'군은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등 대책마련에 비상이 거렸다.
현재까지 예상한 피해원인은 4월 개화기간 저온에 따른 냉해 현상과 5월 수정기 잦은 강우와 함께 일조량 부족, 큰 일교차, 서리 등 과실 영양 공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 이상기후는 열매 수정율까지 줄어들게 만들어 더 큰 피해를 가져온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일영 예천군 농업기술센터 과수담당은 "이상기후 등으로 인한 낙과 피해로 예상은 하고 있지만 40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으신 분들도 처음 겪는 피해에 당황해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피해규모와 피해농가를 도울 수 있는 방안도 모색중이다"고 했다.
문경시청 김경훈 사과담당은 "보통 마지막 서리가 4월 25일쯤 내렸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사과 양분저장기인 5월 20일까지 서리가 온 데다 야간 기온까지 떨어진 것이 낙과 발생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낙과현상은 극단적인 기상변화로 지적되고 있다.
김범수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예안농업인상담팀장은 "지난 4월 말 개화기에 비가 많이 온 데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춥고, 덥고가 반복돼 기상에 따른 스트레스가 과실수에도 축적돼 발생한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예방법과 대응책도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대부분 사과 낙과 현상은 저온과 큰 일교차, 일조량 부족 등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종길 봉화군농업기술센터 과수담당은 "낙과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지만 올해는 저온, 고온, 일조량 부족, 건조 현상 등으로 결실후 돌연 생장 정지돼 낙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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