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력 되면 해외연수 떠나 난소암 기초연구 하고 싶어"
부드럽고 차분하다. 동그란 안경이 주는 인상도 그렇거니와 말투도 안정돼 있다. 목소리도 크지 않다. 마주하니 잔잔한 시냇물 같다. 이대형(42) 영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풍기는 분위기다. 그의 전공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산부인과에서도 부인종양과 부인암을 주로 다룬다. 힘든 상황을 많이 접한다. 그래서 더 그의 (강인하기보다는) 차분함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 중에서도 산과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걸 보니 웃을 일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우린 그런 분야가 아니다"며 "이곳엔 수술, 항암치료를 오래 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래도 그분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게 그 나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잔잔히 웃음을 지었다.
◆조카 같은 의사, 아들 같은 의사
남자 의사가 산부인과 진료를 하는 게 힘들진 않을까. 이 교수 역시 종종 받는 질문이란다. 하지만 남자여서 더 유리한 점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물론 처음엔 소통하기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여자 의사분들보다 더 끈끈해지곤 한다. 연세가 좀 있는 환자분들에게선 이모, 어머니와 같은 느낌도 받는다"며 "더구나 암 환자는 오래 봐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관련 지식이 없는 남자 보호자를 상대하기엔 나 같은 남자 의사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여성들이 많다 보니 진료실과 병동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다만 말기암 환자들은 예외다. 그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해야 할 때는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그래도 솔직히 이야기해야 한다. 힘들어도 냉정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야 환자가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힘든 가운데서도 그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얘기하듯 낙천적인 성격과 가족이 있는 덕분. 어린 두 아들과 잠시 놀아주고 잠을 자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의사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성장하는 존재인 것 같다"며 "문제는 경험이 많아지면 세월이 흘러 몸이 안 따라간다. 그래서 명의가 탄생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난소암 정복의 실마리를 찾고 싶은 의사
매주 수요일 이 교수는 수술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지난 23일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7차례 수술을 진행했다. 환자가 마취에서 깨는 시간 등을 이용해 잠깐씩 쉬었을 뿐이다. 그래도 그는 이런 생활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환자들 수술이 한두 달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공부 얘기가 아니다. 의외로(?) 학창 시절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의사는 수술하는 기계, 약 주는 기계가 아니다. 사회성이 결여된 의사는 아무리 똑똑해도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며 "지식과 달리 사회성은 시기를 놓치면 채울 수 없다. 학창 시절 사회성을 갈고 닦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예후가 좋은 편인 자궁경부암에 비해 '악성 암'인 난소암은 이 교수에게도 연구할 게 여전히 많은 부분. 발생 빈도는 낮지만 조기에 발견되지 않는 데다 재발하는 경우도 잦고 항암치료도 오래 해야 하는 등 환자, 의사 모두에게 상당히 괴로운 질환이다. 원인이 애매해 예방 방법조차 없다. 여력이 된다면 해외 연수를 떠나 난소암과 관련해 기초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게 이 교수의 꿈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영남대 의대 졸업 ▷영남대 의대 석ㆍ박사 ▷영남대병원 산부인과 전임의 ▷대한산부인과내시경, 최소침습수술학회 학술상 ▷영남대병원 영천병원 임상교수 ▷마르퀴즈 후즈 후 인더 월드 2017년판 등재 ▷영남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임상과장 ▷대한산부인과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대한부인종양학회 정보통신위원회 ▷대한부인내시경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대한비뇨부인과학회 윤리위원회 ▷대한만성골반통학회 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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