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제도시 대구의 답답한 민낯

입력 2018-05-28 14:12:56

허병구 대구스리랑카사원 신도회장

허병구
허병구

외국인 근로자 6만명 업무 처리
출입국사무소 평균 대기 3시간
투자자'유학생도 번호표 대기줄
대구 오가는 데 불편함 없게 해야

지난 월요일 외국인 지인을 돕기 위해 동촌에 위치한 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말이 서툰 그는 우리나라에 돈을 벌러온 '코리안드림'의 스리랑카 근로자이다. 작년 12월 일하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손가락 다섯 개를 모두 잃고 접합수술 후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3, 4개월에 한 번씩 새로이 접합수술을 할 때마다 치료 병원과 산재보험의 연장을 받은 서류를 가지고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가서 체류 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때마다 필자가 동행했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11시쯤 번호표를 뽑았는데 점심 시간을 제하고 무려 3시간을 기다린 다음 오후 3시쯤이 되어서야 민원 창구의 담당자와 마주 앉아 신청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가는 날짜에 따라 조금씩의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매번 이러한 상황의 반복이다.

대구의 외국인 근로자 수가 약 3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 체류자까지 합하면 약 6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북의 어지간한 군 인구보다 많다.

이들의 모든 민원, 가령 거주지 이동, 직장 이동, 체류 연장 등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든 행정사무는 모두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처리된다. 대구의 외국인 근로자 약 6만 명이 동촌의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창구 직원 6명에 의존하고 있는 꼴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구에 투자하러 오는 외국투자기업, 치료 관광 목적으로 오는 외국인, 수많은 유학생 등 모든 외국인들이 이들 6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출입국 관련 사무가 있을 경우, 아무리 하찮은 민원이라도 3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창구 직원에게 문의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6명의 민원 담당 공무원이 의성군이나 군위군의 모든 주민들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견주어 생각하면 독자들에겐 이해가 간단할 것이다.

이것이 국제도시를 지향하는 대구의 민낯이다.

흔히들 대구의 낙후 원인으로 공간적인 폐쇄성을 꼽는다. 내륙에 위치한 것, 하늘길의 공항이 좁고 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 등등. 물론 그러한 지역적 한계에도 원인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들 즉, 대구 사람들의 사고의 폐쇄성 또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은 없는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불편함에 대해 애써 외면한 우리들에게 잘못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가사무니 지방사무니 따지면서 낡은 변명을 할 때가 아니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중앙정부 소관이므로 지방정부인 우리 대구는 이에 대해 관여할 처지가 못 된다는 등의 사고로는 국제도시 대구는 요원하다.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꾸고 개선해야 한다. 국제도시 대구는 거저 얻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있어야 국제도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이론이 없다. 또 국제도시 실현 방법으로 로봇산업, 물산업, 메디시티 등등이 거론된다. 이런 담론들이 613 지방선거 현장을 달구고 있다. 후보들 저마다 대구공항의 효율적 이전 방법과 글로벌도시 대구의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대구를 찾은 외국인에게 대기 번호표를 쥐여주고 창구 앞에서 3, 4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언급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다.

하늘길이 열리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국제도시 대구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지만 국제도시 대구를 오가는 외국인들의 입장과 시간, 또 그들의 불편함을 배려하는 것도 이를 위한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허병구 대구스리랑카사원 신도회장 (주.카네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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