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호구 벗을 남북 파격

입력 2018-05-28 05:00:00

'붕괴냐, 지속이냐, 변화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09년 1월, 아버지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을 이어받아 북한을 통치한 이후 북한 체제를 두고 나온 전망은 대체로 이런 방향이었다. 2008년 와병 중인 김정일의 후계 구상 속셈이 김정은에게 기울어진 것부터 따지면 김 위원장의 체제는 올해로 벌써 10년이다. 옛말처럼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고, 현재로서는 지속과 변화라는 당초 전망이 나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지난 10년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이끈 여러 변화의 행위를 살피면 그 속에는 파격(破格)이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12월, 그의 권력 승계 후원자였던 고모부 장성택에 대한 충격적인 처형처럼 주변 권력자에 대한 정리, 잇따른 핵실험을 통한 공격적인 도발, 올 들어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26일의 전격적인 남북 2차 정상회담 개최, 3월과 5월의 북중 정상회담에 이은 6월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진행된 일은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이 비상(非常)한 때 돋보였다. 6월 12일로 정해진 북미 정상회담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레 취소한 가운데 26일 열린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그렇다. 종전의 관례에 비하면 파격의 절정이나 다름없다. 25일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이튿날 곧바로 만났으니 말이다. 불과 한 달 만에 두 번 만난 셈이다. 김대중(2000년), 노무현(2007년) 전 대통령과 아버지 김정일과의 두 만남 과정을 따지면 실로 지난 10년 세월의 파격 가운데 으뜸으로 삼을 만하다.

요즘 남북 사이의 여러 일들은 변화의 이음이고 방향 역시 전과는 무척 다르고 긍정적이다. 이는 비록 지금은 남북 강산의 허리 가운데가 잘려 '한 땅, 두 집'으로 갈렸지만 같은 말과 한민족의 역사를 공유한 결과이리라. 비상한 요즘, 파격적인 남북 관계 지속으로 여태껏 주변 강국의 '호구'(虎口)였던 이 땅이 이제 그 수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강산'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나만 그럴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