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미국 이익' 앞에 비난은 아랑곳 안해
앞으로 한반도 충격 상황 비일비재
섣부른 낙관이나 비관하지 말아야
널뛰기도 이런 널뛰기가 없다.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와 파장을 미처 곱씹기도 전이다. 불과 한 달 사이 극적인 상황이 숨 가쁘게 이어진다. 미북 정상회담은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성사되었다. 그 사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한미 정상이 다시 만나고 돌아선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생각 못한 패를 내밀었다. "이 시점에서 회담은 부적절하다." 세계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모두가 당황할 때 북한의 반응 역시 상상이상이다. 좋게 말해 유화적인 메시지다. 과거 예로 볼 때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문은 굴욕적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두번째 만난 장면도 놀람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예상컨대 소용돌이치는 한반도 상황은 드라마틱, 충격적, 전격적 등의 단어를 일상으로 만들 것이다. 과거의 타성과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무장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다룬 외신 중 눈에 띄는 것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기사였다. '이게 트럼프 스타일(it fits Trump pattern)'이란 내용이었다. 혼란스럽고, 일관성이 없으며, 예측 불가능함.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 시대(Trump presidency)를 정의할 수 있는 용어들이다. 전격적인 정상회담 약속과 느닷없는 회담취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란 핵 협정 파기,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도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갈등을 증폭시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행동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 문제는 변덕스러움이 일관성이 있다는 일종의 역설이다. 북미회담 취소 하루 만에 6월 12일이 유효하다고 손바닥 뒤집듯 한다. 트럼프 스스로 생각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트럼프를 과거의 잣대로 판단할 경우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예가 대표적이다. 김계관, 최선희 등의 위협적 언사는 새롭지 않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장에 나타나지 않는 약속파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수틀리면 판을 깨 버리겠다는 벼랑 끝 전술도 북한이 늘 구사하던 수법이다. 그 때마다 우리와 미국은 양보를 해왔다. 우리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잘 먹히는 북한의 전통적 방식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행과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식의 점잖음 따위는 던져버린다. 그는 북한 보다 한 술 더 떠 아예 먼저 상을 엎어 버렸다. 엄청난 핵능력을 사용하지 않길 기도한다는 트럼프에게 북한의 핵 대결 으름장은 통하지 않는다. 우리 일각에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작동하는 원리가 예측불가능성임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당장 통일이 되고 세계 2위의 경제력 운운하는 섣부른 낙관론은 일단 금물이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 뉴스에 북한과의 전쟁 운운하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하다.
스필버그의 영화에서 링컨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나침반은 진북(眞北·True North)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길에 놓여 있는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은 말해주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평화가 일상이 되는' 상황은 우리가 향해 가야할 북극성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을 힘겹게 걸어야 닿을 수 있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걸음씩. 최근의 널뛰기 상황에서 모두가 이런 교훈을 얻었다면 다행이다. 우리와 북한 당국을 포함해서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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