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핵화 확실한 방안에 초점…중재자 역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한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논의의 핵심인 비핵화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결정적인 취소 원인이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할지 여부가 핵심 문제임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신중한 자세'를 거듭 강조했다. 양측을 중재하는 동시에 비핵화의 확실한 방안에 대해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미 관계에 있어 가장 핵심 쟁점은 6·25전쟁의 종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곧 북미 간 적대감을 없애는 것과 같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이 아직 적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쟁을 종결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또 트럼프의 경우 북한이 전쟁을 종결할 의지가 있다면 무조건 항복하고 무장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핵 보유 국가로서 미국과 거래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결국 북미 간 합의가 맞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부터 시작해 거래 조건을 만들려고 하는데 미국에는 그게 안 통하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 간 밀접한 방문이 계속되자 트럼프 입장에서 소위 말하는 미국 패싱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북한은 중국을 절대적인 지지자로 생각하는 반면 한국은 사실 미국을 다자 중 일방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완전한 동맹이 돼야 하는데 저울질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명히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시진핑이 주도하는 상황이 되자 회담 취소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가 6월 12일 열리는 회담에 대해서만 부정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완전히 판이 깨진 것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도 과거와 같이 미국을 상대로 강대강 구도로 가려는 분위기가 아니다. 핵실험장 폐기로 의지를 드러냈고 이는 곧 하나의 절차가 시작됐다는 표시다. 우리 정부는 초지일관 평화, 즉 핵심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 정부가 스케줄을 너무 조급하게 설계하다 보면 오히려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차분하면서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리비아식 핵 폐기 가능성에 대해 북미가 서로 세게 충돌한 측면이 있다. 북한은 점진적인 폐기 과정에서 경제원조와 체제보장도 이뤄지길 원한 반면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 제1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이 적어지자 취소라는 결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양측 합의가 안 된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결국 북미가 요구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황은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면서 비핵화의 첫 조치를 한 날에 트럼프가 취소를 표명했다는 점은 향후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특히 결정적으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한 북한의 거친 말들이 미국 행정부 내 강경 기류를 확산시켰을 것이다.
6월 12일 북미 회담은 시기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회담 날짜와 의제를 서로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으로는 극적 타결로 갈 수도 있지만 더 강한 대립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결국에는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이상 북미 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너무 낙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현실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비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당분간 탐색 시기가 지속될 텐데 조심스럽게 접근해 북핵 폐기 과정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정수 대구대 창조융합학부 교수(전 통일부 인도협력국장)
회담이 취소된 첫 번째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구심을 키워가는 가운데 펜스 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담화가 뇌관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앞서 북한이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리비아의 결말은 결국 최고 지도자 카다피의 처형이다. 그렇기에 북한은 이러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반대했다. 리비아의 핵개발 수준은 현재 북한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렇기에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미국 고도의 계산 방식인지 개인적 발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두 번째 원인은 비핵화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드러난 것이다. 서로 원칙적 합의는 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 중국 관계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가 나왔다고 본다. 북한이 지금까지 잘 당겨져 왔는데 시진핑을 만난 후로 톤이 달라진 것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과도하게 비핵화 국면을 주도하려 했던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퇴로와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에 의외로 이른 시일 내 결과가 다시 나올 수도 있다. 완전히 판이 깨진 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워졌다. 우리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이산가족 상봉 등 판문점 선언에 따라 국제사회와 관계없이 남북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하게 진행하면서 상황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제 협상에서 지금까지 과정은 합의 가능 범위를 조정하는 단계였다. 합의 가능 범위는 결국 양 극단을 제거하면서 서로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결국 충돌하면서 트럼프의 회담 전격 취소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무사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신뢰와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북미 간에 이익은 존재하나 아직 신뢰 형성에 있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히 판이 깨졌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정상 간 신뢰 구축과 교류가 계속 진행될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국 내부에 강경파가 있는데 서로의 정상들이 통제하고 조정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계속 불협화음이 나기 마련이다. 물밑조정과 함께 정상 간의 직접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두 정상이 이러한 부분을 체감한다면 오히려 회담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과 북한의 긴장 상태가 계속 유지되거나 강화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다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도 경제적 지원을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을 미국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북한, 중국, 러시아의 북방 삼각동맹이 견고해지기 시작하고 한미 중심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으면 그야말로 난감한 결과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당장은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북미 간 물밑 대화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지금 당장 움직이면 여러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정자 역할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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