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연예계 끊이지 않는 논란

입력 2018-05-24 16:04:46 수정 2018-05-26 18:04:46

체통 없는 소통

수지
수지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폰을 통해 SNS에 열중하는 이들을 접하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이처럼 SNS의 장점 중 하나가 어디에서나 손쉽게 글을 올리고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어 문제다. 특히 SNS를 자기 홍보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연예인들의 경우 이 공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잦다.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뚜렷해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데도 섣부른 판단을 하거나 지나치게 편히 마음먹고 SNS에 빠져들다 낭패를 당하곤 한다. 차라리 SNS를 끊어버리고 다른 방식의 소통수단을 찾는 것이 깔끔하겠다 싶지만 오랫동안 사용해온 이의 입장에선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최근에도 SNS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조심성 부족 또는 인식과 생각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엘-윤택, SNS 게시물로 논란 부추겨

영화 '내부자들'과 드라마 '도깨비' 등에 출연해 잘 알려진 배우 이엘은 지난 19일 SNS에 상반신 탈의 상태로 잠든 김재욱의 사진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 속 배우 김재욱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잠들어 있었다. 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이엘의 의도를 두고 갖은 추측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무렵 이엘의 소속사 측에서 '그저 재미삼아 올린 사진'이라며 실수라는 해명을 내놓고 김재욱 측에도 미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커질 만한 불을 껐음에도 불씨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이엘 측에서 두 사람이 뮤지컬 '아마데우스' 무대에서 함께 공연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대기실에서 잠든 김재욱의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옷을 벗은 채 그리도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 만한 대기실이 과연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재욱을 찍은 카메라의 위치까지 고려한다면 '대기실'이란 해명이 단순 변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어 더욱 의심이 커진다. 아마데우스에서 함께한 후 서로 작품 촬영장에 간식차를 보내고 VIP 시사회 등에 참석하는 등 남다른 친분을 과시한 터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중 벌어진 실수'라는 의혹이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차라리 은근히 관계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일으킨 해프닝이라면 딱 적당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될 듯하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그저 실수'에 불과하다면, 김재욱 측에 피해를 줬다는 차원에서 '이엘이 경솔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엘이 '사고'를 친 다음 날인 20일, 이날은 또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 중인 개그맨 윤택이 SNS상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대중목욕탕 안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게 전부다. 그런데 사진 안에 옷을 벗은 한 남성의 뒷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문제가 됐다. 아들과 목욕탕을 찾아 기분 좋게 추억을 남기려다 오히려 잊지 못할 '흑역사'만 남긴 꼴이다. 대중목욕탕 안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행동만으로 충분히 욕을 먹을 만한데 조심성 없이 타인의 벗은 몸까지 그대로 내보내 질타를 받았다. 윤택은 지난 3월에도 동료 개그맨 김일희의 탈의한 뒷모습 사진을 올렸다가 '장난이 지나치다'는 말을 듣고 특별한 사과나 해명 없이 사진만 삭제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후속 조치 방식은 같았다. 그저 사진만 내린 뒤 사과의 말을 남기지 않았다. 불과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해 '차라리 SNS를 중단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연예인의 SNS, 있어도 없어도 문제

SNS는 온라인상에서 지인들과 또는 불특정 다수와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소통하는 수단이다. 활용하기에 따라 정보를 얻고 공유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창구가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홍보하는 수단으로 쓸 수도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그 파급력이 워낙 커 극히 조심해야만 한다. 자칫 실수를 했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물론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던 연예인들이 글 한 줄 잘못 올렸다가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일이 잦은 반면, SNS를 이용해 팬심을 관리하고 갖가지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 기사화를 유도하는 등 적절히 인기관리를 하는 선례도 많다.

지난해 6월 배우 김지우와 셰프 레이먼킴 부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어린 딸이 갑자기 아파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당시 김지우 가족으로 인해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후 김지우가 직접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비행기 관계자들과 탑승객들에 사과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당시 힘들었던 순간을 알렸다. 비행기 안에서 갑자기 딸이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마침 탑승객 중 의사가 있어 응급조치를 받은 후 비행기에서 내려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김지우는 "아이가 아파 이륙하려던 비행기까지 멈췄으면서 SNS를 통해 알리고 싶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면서 본인과 가족의 입장을 이해해 준 탑승객들과 항공사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먼저 기사를 통해 알려지지 않는 이상 당사자들이 공개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할 방법이 묘연한데, 이럴 때 SNS는 상당히 유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연예인이 SNS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케이스도 있다. 최근 톱스타 수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지는 앞서 17일 자신의 SNS에 합정 모 스튜디오 불법 누드촬영 관련 청와대 청원 독려 글을 올렸다. 어린 연예인 지망생을 꼬드겨 20여 명의 남자들이 둘러싸고 강압적 분위기에서 야한 사진을 찍었다는 사건을 두고 가해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독려한 것이다. 수지의 독려 이후 해당 청원 참여자 수가 증가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의 화제성이 높아져 경찰이 수사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SNS가 긍정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SNS를 잘못 사용해 문제가 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어 문제다. 실수로 이성과의 관계를 알려놓고 급하게 수습하느라 애를 먹는 경우도 흔하고, 배우 유아인처럼 SNS 유저들과 격렬한 설전을 벌여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이들도 있다. 유아인 외에도 네티즌들의 글에 발끈해 SNS상에서 싸움을 하는 연예인들이 꽤 많은 편인데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지기 전에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이 이런 일에 휩싸여 좋을 건 없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흔치 않지만 과거에는 SNS를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하며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 올리는 연예인들도 있었다. 당시에도 연예인이 SNS에 올리는 글은 쉽게 기사화됐고 가령 인기 많은 SNS의 경우 어지간한 매체 못지않게 영향력을 발휘하곤 했다. 그럼에도 '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밀 보장이 돼야 하고 기사화해선 안 된다며 어설픈 철학을 드러내는 연예인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던 이들의 대부분은 지금 SNS를 아예 접거나 소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분명 SNS는 폭력이나 공해가 될 수 있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처럼 '인생의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직업군이라면 SNS와 같은 양날의 검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도 잘 익혀 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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