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치인 반달곰 어디로…반달곰 권역별 공존협의체 개최

입력 2018-05-24 15:42:49

정부·지자체·시민단체 모임…부상 회복 후 방사 지역 논의

반달가슴곰(KM-53)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과 관련, 정부 당국이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사고에 대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3일 김천시청 3층 강당에서 '반달가슴곰 권역별 공존협의체'가 열렸다.

환경부는 곰과의 상생을 위한 의견을 모으겠다며 관련 단체를 모아 진행했다.

지난해 두 차례나 방사 지역인 지리산을 벗어나 김천시 수도산으로 이동했다가 붙잡힌 반달가슴곰이 최근 다시 김천 방면으로 이동하다 지난 11일 고속도로에서 버스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련된 28개 기관·단체 관계자가 참석해 회의 규모는 컸지만 결론은 없었다.

이날 회의에는 영산강유역환경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대구지방환경청 등 중앙부처 기관들과 경상북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김천시, 함양군, 산청군, 거창군, 광양시, 순천시, 곡성군, 구례군, 남원시 등 자치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또 반달곰친구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환경운동연합, 생태지평, 생명의 숲, 지리산생명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반달곰 복원을 위한 주무기관인 국립공원공단(본부, 종복원기술원, 지리산사무소, 가야산사무소)과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등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기관단체 관계자들은 반달가슴곰의 이동 경로에 대한 최소한의 자료라도 공유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 등은 곰의 경로가 드러날 경우 밀렵 등의 우려가 있다며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KM-53의 거취도 결정 내리지 못했다. 향후 재활 과정 등을 봐서 대처하겠다는 정도였다. 일부 단체 관계자는 "곰이 스스로 선택한 서식지를 강제로 되돌리려 하다가 곰이 다친 것 아니냐"며 수도산 방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각 단체의 입장을 듣는 수준에서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의 참가자는 "환경·동물 단체 등이 우려한 대로 곰이 사고를 당하고 언론 등의 관심이 커지자 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 같다"고 했다.

KM-53으로 명명된 반달가슴곰은 2015년 지리산에 방사됐었다. 이 곰은 지난해 6월 14일 김천시 대덕면 추량리 수도산자연휴양림 뒷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던 근로자들에게 발견돼 화제가 됐었다.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은 KM-53을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으나 곰은 다시 김천 방면으로 이동하던 중 지난 5일 교통사고를 당했다.

종복원기술원은 지난 11일 치료를 위해 KM-53을 포획해 17일 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 사이 복합골절 부위 수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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