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김시영 '경계를 가다'展…가구·도자기 50여점 선보여

입력 2018-05-24 00:05:00 수정 2018-05-26 18:02:30

갤러리에 전시된 이정섭
갤러리에 전시된 이정섭'김시영 작가의 작품

목수와 도공이 갤러리에서 만났다. 목수 이정섭과 도공 김시영이 함께하는 '경계를 가다: 목수와 도공'전이 신세계갤러리(대구신세계 8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가구 20여 점, 김 작가는 흑자(黑磁)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정섭의 가구에서는 고요함과 벅찬 긴장감이 맴돈다. 정확한 비례와 군더더기 없이 섬세하게 빚어낸 형태에서 기인한 정적이 발산된다. 김시영의 도자기는 뭉개지고 무너진 형태 안에 흔적으로 남은 작가의 의지와 불과 흙의 절정에서 빚어진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과 다채로운 색상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작가는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연구하고 계산하여 가구의 본질을 극단적으로 추구해 미니멀의 극치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다른 에너지를 시도하고 있다. 김 작가는 도예의 가장 큰 존재 근거인 실용성과 전통적 형태를 버림으로써 장르의 한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정섭은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는 돌연 목수가 되겠다며 붓을 내던지고 한옥 짓기를 배웠다. 기둥과 보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결합되도록 하는 한옥의 사개맞춤법을 이용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가구를 제작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목수의 기본적 재료(나무)를 벗어나 쇠나 콘크리트 등 새로운 재료로 실험을 하고 있다.

김시영은 연세대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으나 우연히 흑유자기 파편에 매료돼 도자기를 배웠다. 흑유자기는 철분이 함유된 유약을 발라 청자나 백자보다 높은 고온에서 구워내는, 그 제작법이 기술적으로도 특이하며 고난도의 도자기법이다. 최근 김시영은 달항아리를 비롯한 전통적인 형태의 유형을 벗어나 찌그러지고 녹아버린 비정형을 지향하고 있다.

김유라 큐레이터는 "두 사람은 다른 듯 하면서도 닮았다"면서 "각각 흙과 불, 나무와 쇠 등 재료는 다르지만 각 장르가 갈 수 있는 경계선 끝에서 새로운 시도를 열어가는 작가"라고 말했다. 6월 17일(일)까지. 053)66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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