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청 이전 희비…범어동 "텅 빈 동네 될라"-연호동 "개발 호재 넘쳐"

입력 2018-05-23 00:05:00 수정 2018-05-26 19:01:21

법원검찰청 이전지가 대구 수성구 연호동으로 확정되면서 법원검찰청이 떠날 범어동 주변은 상인들이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하며 이전터 개발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법원검찰청 이전지가 대구 수성구 연호동으로 확정되면서 법원검찰청이 떠날 범어동 주변은 상인들이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하며 이전터 개발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법원검찰청 이전지가 대구 수성구 연호동으로 확정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무형 상업지구의 중심축이 범어동에서 연호동대흥동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법원검찰청이 떠날 범어동 주변은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하며 이전터 개발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전할 연호동대흥동 일대는 개발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범어동 "텅 빈 동네 될라" 수심 가득…사무실'상가 공실 불안감, 이전터 개발 방안에 촉각

지난 2016년 수십억원을 들여 범어동에 상가를 신축한 김모(50) 씨는 법원검찰청 이전 소식을 듣고 시름에 빠졌다. 법원검찰청이 빠져나가면 주변 사무실과 상가 모두 공실이 크게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까지 주변 땅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거품도 상당하다. 유령 동네가 되지 않으려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고민은 법원검찰청이 '대구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범어동의 상권을 떠받치고 있는 현실 탓이다. 대구지법고법, 대구지검고검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970여 명으로 수성구청과 수성구 동별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직원 모두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지난달 수성구청이 실시한 사업체 전수조사에 따르면 범어동에 자리 잡은 사업체는 모두 5천66개로 수성구 전체 사업체(2만7천551개) 가운데 18.3%를 차지했다. 특히 법무법인, 건축사, 노무사 등 전문과학기술로 분류되는 사업체는 수성구 전체(1천78개)의 절반이 넘는 566개가 범어동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법원 건너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1) 씨는 "8년 전부터 매년 법원검찰청 이전설이 불거지면서 빈 상가와 사무실만 덩그러니 남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상인들 사이에선 비상대책위원회라도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수성구 연호동 "개발 호재 넘쳐" 표정관리…신규 택지·상가 개발 기대 도면 열람·문의 전화 급증, 벌써 보상 싸고 갈등 조짐

우려 속에 이전터 개발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범어동과 달리 연호동대흥동 및 이천동 일부 지역은 신규 택지와 상가 개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법원 이전이 공식화된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사업지구 도면을 열람한 이는 무려 100여 명에 달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 개발에 따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특히 자신의 소유지가 사업지구에 포함됐는지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가 연호동과 수성의료지구를 연계한 개발 방안을 언급하면서 가까운 대흥동에도 개발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지난 2008년 6천억원을 들여 조성된 수성의료지구 내 수성알파시티는 올 초부터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고, 상가 분양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성알파시티 공사 현장에서 만난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범어네거리에서 연호동으로 업무형 상업지구의 중심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보상을 둘러싼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구지정계획을 예상하지 못하고 분양 및 임대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상당한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향후 토지 수용 절차가 시작되면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임대 및 분양 수익을 모두 포기한 채 감정가로 책정된 보상금만 받고 토지와 건물을 모두 넘겨야 한다. 사업자들이 토지 수용을 거부한다고 해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보상 법률 등에 따라 사실상 강제 수용될 수밖에 없다.

연호역 주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 임대사업자(60)는 "그때도 지역 주민들 모르게 깜깜이 발표를 하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성구 만촌동과 연호동 사이에 있는 이천동 일대에 고급 단독주택 단지를 조성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도 "당초 이천동은 사업부지에 편입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면서 "분양까지 마친 상황에서 수년씩 걸리는 보상 절차를 기다리다 보면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