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대출 실질금리 30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18-05-23 00:05:00 수정 2018-05-26 17:50:26

신규 취급액 기준 연 2.36%, 가중평균 금리는 연 3.68%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실질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로 인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고 변동금리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에 충격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실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38%였다. 이는 2.54%를 기록한 2015년 3분기 이후 최고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물가상승률을 뺀 지표다. 대표적인 명목금리 지표인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올해 1분기 연 3.68%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였다.

가계대출 실질금리는 2012∼2013년에는 3%대를 찍었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뒤 명목금리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실질금리도 덩달아 떨어졌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2016년 6월 역대 최저인 연 1.25%로 내려간 이후 그해 4분기 실질 가계대출 금리는 연 1.69%까지 떨어졌고 이듬해인 2017년 3분기엔 1.12%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한은이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실질금리도 2%대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실질금리가 오른 또 다른 요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올해 들어 지지부진한 점도 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6년 3분기(0.7%) 이후 가장 낮았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예금은행 가계대출 실질금리는 연 2.16%로 나타났다. 잔액 기준 실질금리도 2016년 3분기(2.48%) 이후 최고였다.

가계대출 실질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측면도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가계가 돈을 빌리는 데 부담을 느껴 가계대출 급증세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대출 수요가 여전한 상태에서 실질금리가 오르면 가계는 어쩔 수 없이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

일부에선 최근의 실질 대출금리 상승이 한은의 금리 인상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 기대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도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올랐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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