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육부장관, 등교거부와 같은 '공격적 접근' 필요 주장
또다시 교육현장에서 총기참사 사건이 불거지자 미국 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실한 규제로 참극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연방 정치권과 주(洲) 정부의 '철옹성' 같은 총기 옹호정책이 좀처럼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사회 저변에서 절망과 분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한 데 뒤엉켜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안 덩컨은 트위터를 통해 등교 거부까지 거론했다.
한 전직 교육부 관리가 "선출된 관리들이 총기규제 법률을 가결할 때까지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트윗하자 "우리 가족은 동참한다"며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극단적 제안이 거론된 것은 전날 텍사스주 산타페에 있는 산타페 고교에서 학생이 총기난사로 10명을 살해한 뒤에 나왔다.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남동쪽으로 50㎞ 떨어진 소도시 산타페에 있는 산타페 고교에서 이날 아침 7시 45분께 이 학교 17세 학생이 교실과 교정 여러 곳에서 총기를 난사해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불과 석 달 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교에서 총기난사로 17명이 숨졌다. 그 뒤에 학생들이 생존권 캠페인에 나서면서 부실한 총기규제에 대한 전국적 비판이 거세지기도 했으나 실질적 변화는 뒤따르지 않았다.
일선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관리의 입에서까지 학교 총기난사 사태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텍사스주 휴스턴 근처에서 경찰서장으로 활동하는 아트 아케베도는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슬픔, 고통, 분노의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아케베도는 "일부가 총기를 소지할 권리에 강한 애착을 느낀다는 점을 안다"며 "그러나 나는 이제 더는 용인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고 총기난사 이슈와 관련해 당신네 견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아케베도가 활동하는 텍사스 지역은 미국 내에서도 총기소지에 대한 옹호론이 가장 강력한 곳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텍사스주의 주지사인 그레그 에벗(공화당)은 총기확산을 막기보다 잠재적 범인의 정신질환 문제를 해결하고 교직원들을 무장하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선 학교에서는 모종의 체념과 비슷한 공포가 감지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기난사가 벌어진 산타페 고교의 학생 수십 명은 3개월 전 파크랜드 고교 생존자들의 시위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달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다녀온 카일 해리스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며 도망치라고 하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산타페 고교의 다른 학생인 페이지 커리는 "놀라지는 않고 무서웠을 뿐"이라며 "총기난사가 아무 데서나 일어나고 결국 여기서도 발생할 것으로 항상 예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WP는 학교 총기난사의 문제가 이제는 '발생하느냐, 않느냐'를 넘어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파크랜드 참사에서 생존한 학생인 칼 노벨은 "조국과 우리 정부에 대한 희망을 변함없이 잃어가는 상황에서 확신을 갖고 재발방지 운동을 하는 게 어렵다"며 "'다시는 안 된다'고 똑같은 구호를 수도 없이 외쳤지만 총기참사는 계속, 또, 계속 터지고 있다"고 절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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