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차갑게 식힌 햇살

입력 2018-05-19 00:05:00

차갑게 식힌 햇살/강현국 엮음/시와반시 펴냄

철 따라 바뀌는 마음의 풍경을 귓속말로 들려주는 시와 이야기를 담은 현대시 해설집이다. '분홍에 홀리다' '생의 도움닫기' '내 몸 어딘가에 숨은 악기 하나' '땅거미 내릴 무렵' 등 4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25편씩 한국 대표시인의 작품 100편과 해설이 실려 있다.

지은이는 박이화의 시 '흐드러지다'에 대해 "흐드러지다는 만개한 꽃의 모습이지만, 한 겹만 벗겨보면 그것은 농염한 여인의 몸 상태이다. 시인의 흐느적거리는 리비도는 아득하게 감추어져 편안하다"는 해설을 달았다.

문무학의 시 '반 뼘의 가을'에 대해서는 "짧은 가을날의 허망함, 그 가위눌린 마음을 '누가/ 훔쳐간 듯한/ 지갑 속의 용돈'에 비유하는 시인의 위트는 놀랍다. 이 위트는 우스개가 아니라 숨막히는 트릭이다. 귀뚜라미 소리에 가슴 다친 당신은 그것을 안다"고 썼다.

최창균의 작품 '죽은 나무'를 두고는 "적막과 고요는 같지 않다. 적막은 액체이고, 고요는 기체이다. 적막은 무겁고, 고요는 가볍다. 적막은 검고, 고요는 희다. 적막은 육체에 붙어 있고, 고요는 영혼에 닿아 있다"는 해설을 붙였다.

지은이는 책머리에 "가능하면 아주 짧은 귓속말로 철 따라 바뀌는 마음의 풍경을 읽어주고 싶었다. 오래 미루어 두었던 숙제를 끝낸 것 같아 마음이 여간 개운하지 않다. 독자들 마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썼다.

상주 출신인 저자는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대구교육대 교수, 총장을 역임했으며 1992년부터 시 전문 계간문예지 '시와반시' 발행인 및 주간으로 있다. 시론집 '내 손발의 품삯이 얼마나 송구스럽던지'와 시집 '달은 새벽 두 시의 감나무를 데리고', 산문집 '고요의 남쪽' 등의 저서가 있다. 204쪽, 1만2천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