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소송 난무…대학가 '#Me Too' 진실게임 양상

입력 2018-05-18 00:05:04

익명 커뮤니티 잇단 제보, 피해자·가해자 특정 못해…사실과 다른 경우도 잦아

방향 잃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로 대학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투를 두고 구성원 간에 고소와 소송이 이어지는 등 대학이 나서서 선을 긋기 애매한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투가 다소 잠잠해진 가운데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성희롱이나 성추행 관련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모 학과 교수님이 학생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학과 선배가 술자리에서 귓속말로 저속한 얘기를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미투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학교 익명 커뮤니티를 매일 들여다보는데, 피해자는 물론 가해 주체도 특정할 수 없는 글들이 많다"며 "가해자를 알게 되더라도 사전 조사를 해보면 주변 반응도 글 제보 내용과는 상반된 경우가 많아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성폭력 관련 징계가 형사고소나 소송으로 이어져 난감하다는 학교들도 있다. 지역 한 대학은 A교수의 성희롱 관련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교수가 지난 2014년부터 수업 태도가 불성실하고,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는 내용의 민원이 학교는 물론 교육부, 청와대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같은 대학 교수였던 B씨.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B씨는 "A교수가 여름방학 캠프 때 학생에게 '비키니 챙겼냐 ' '○○이는 비키니가 잘 어울린다'며 공개적으로 얘기해 모욕감을 줬다. 또 외부 시간강사에게 술자리에서 심각한 성적 욕설을 퍼붓는 등 끊임없이 성희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학교는 이 문제를 방임해왔다. A교수는 해임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4년 일부 학생들이 학교 측에 A교수에 대한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고, 조사를 통해 A교수는 서면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같은 대학 C교수도 "A교수로부터 성희롱 발언을 듣고 갑질을 당했다는 졸업생과 시간강사가 많다. A교수가 교수 간의 편가르기에도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시간강사에게 수업 배제로 협박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A교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형사고소까지 한 상황. A교수는 "이들의 주장 중 일부 사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르다. 일주일 전쯤 경찰에 B씨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민원을 넣는 교수들은 평소 나와 불화가 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학교는 A교수에 대한 처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학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미 수차례 피해자들을 조사했다. B씨가 모은 사례에 등장하는 피해자들이 오히려 A교수의 해임까지는 원치 않았다"며 "비슷한 사례로 해임했던 교수와의 소송에서 최근 학교가 패소했다. 게다가 경찰 고소까지 진행된 사안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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