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광합성기술로 친환경 소재 생산
식물처럼 사람도 광합성을 해서 포도당을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점심시간에 벤치에 앉아 잠시 햇볕을 쬐면 포도당이 만들어져 배가 부를텐데.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사실 동물도 광합성을 한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광합성을 하는 동물들이 최근에 발견되고 그 동물이 광합성을 하는 신비로운 원리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진딧물의 광합성
개미는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고 사는 곤충인 진딧물을, 젖소 키우는 농부처럼 잘 돌봐준다. 바로 진딧물의 꽁지에서 나오는 달콤한 액체를 받아먹기 위해서다.
프랑스 소피아농생명공학기관의 알랭 로뷔숑 연구팀이 진딧물이 광합성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2012년에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곤충이 광합성을 한다는 것에 대한 첫 발견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었다. 진딧물이 몸속에서 직접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합성해서 광합성에 이용한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주황색 진딧물(Acyrthosiphon pisum)을 두었더니 생체 에너지원인 ATP를 많이 만들었고, 어두운 곳에서는 ATP 생산량이 급격이 줄어드는 것을 연구원들이 발견했다. 이것은 진딧물이 햇빛을 받아서 에너지원을 만드는 광합성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엘리지아의 광합성
초록색 배춧잎처럼 생긴 엘리지아(Elysia chlorotica)는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의 한 종류로서 광합성을 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동물세포에는 식물세포에 있는 엽록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합성을 하는 동물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엘리지아가 광합성을 한다는 것은 이미 1970년대에 밝혀졌으며 어떻게 광합성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1990년대에 와서야 자세히 밝혀졌다.
위에서 살펴본 진딧물은 광합성에 필요한 색소를 몸속에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지만 엘리지아는 다른 방법을 쓴다. 엘리지아는 광합성을 하는 바우체리아(Vaucheria litorea)라는 조류를 먹고 바우체리아의 엽록체를 소화시키지 않고서 자기 몸속의 세포로 보낸다. 이렇게 안전하게 엘리지아 몸속의 세포로 배달된 엽록체는 이후 몇 달 동안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서 포도당을 만든다.
최근 미국 메인대 메리 룸포 교수팀은 엘리지아가 조류로부터 빼앗아온 엽록체의 광합성을 돕는 여러 단백질들을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들어서 광합성이 안정적으로 더 잘되도록 한다는 것을 밝혔다.
◆말벌과 도롱뇽의 광합성
동양말벌이 햇빛의 자외선을 이용하여 직접 전기를 만든다는 것이 텔아비브 대학의 마리안 플로트킨 연구팀에 의해서 최근에 발견되었다. 동양말벌은 몸에 갈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있고 노란색의 잔소프테린(xanthopterin)이라는 특수한 색소를 가지고 있다. 동양말벌이 이 특수 색소와 표피 구조를 이용하여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꾼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동양말벌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에 이용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네이처지에 도롱뇽이 광합성을 이용한다는 캐나다 댈하우지대학의 리언 커니 박사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것이 척추동물이 광합성을 이용한다는 것에 대한 첫 발견이었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점박이도롱뇽(Ambystoma maculatum)의 배아는 자기 몸속에 단세포 조류(Oophilia amblystomatis)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조류가 광합성을 해서 만든 산소와 탄수화물이 직접 도롱뇽 세포에 공급되어 사용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류가 몸속의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살아도 척추동물인 도롱뇽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사람도 광합성한다!
사람의 피부도 햇빛을 받으면 비타민D를 합성한다. 이 비타민D는 인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인체 내에서 그냥 합성하지 못하고 햇빛을 받아야만 합성된다. 햇빛 중의 자외선(280~320㎚ 파장)이 피부의 표피에 흡수되면서 7-디하이드로 콜레스테롤이 비타민D3로 바뀌고 이어서 25-비타민D를 거쳐 신장에서 1,25-비타민D로 바뀌는 과정에 의해 비타민D가 합성된다. 햇빛에 피부가 타는 것이 싫다면 음식이나 비타민제를 통해서 비타민D를 섭취할 수도 있다.
◆생물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자동차는 석유에서 추출한 휘발유와 경유를 내연기관에서 연소시켜 달린다. 그런데 최근에는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지 않는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수소자동차는 말 그대로 수소를 기름대신 연료로 사용하여 자동차를 움직이고 깨끗한 물을 배출한다. 자동차 매연이나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기름은 원유가 매장된 일부 나라에서만 나오지만 수소는 어디에나 있는 물에서부터 뽑아낼 수 있다. 햇빛을 물에 비춰주면 물이 분해되어서 수소가스가 나온다는 것은 일본에서 혼다와 후지시마가 1972년에 처음 발견했다. 그렇다고 물 한 그릇 떠서 마당에 내놓는다고 수소가스가 생기지는 않는다. 그들만의 비법이 있는데 바로 물의 분해를 돕는 이산화티타늄(TiO2)이라는 광촉매다. 이때부터 광촉매와 인공광합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광촉매를 이용하면 인공광합성의 환원반응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령 이산화탄소를 재료로 써서 일산화탄소를 얻고 싶을 때에는 금, 은, 아연 촉매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인공광합성을 이용해서 수소가스를 많이 얻고 싶으면 백금, 니켈, 철, 티타늄 촉매를 사용하면 된다.

이처럼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동물의 광합성의 신비로움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또한 생물의 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환경친화적 신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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