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클러스터 좌초 위기] 1,111억 국비 못 받으면 내년 준공 물거품

입력 2018-05-16 00:05:01

법안 통과 시급한데…차일피일 미루는 중앙 부처

15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들이 수처리 실증화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5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관계자들이 수처리 실증화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된 사업이라는 이유로 내년도 국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도 예산 확보가 관건인 상황에서 운영비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경우 자칫 '속 빈 건물'로 전락, 줄줄이 공실 발생까지 우려되고 있다. 중앙 부처는 법안 통과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국회에 역할을 미루고 있고,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며 합의를 보지 못해 총체적 위기에 부딪혔다.

◆대형 국책사업 '대구경북 홀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은 환경부가 주관한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인 것이다. 물 관련 공공기관과 연구기관, 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물산업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물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국가전략사업이다. 클러스터 내 입주 기업 분양'유치만 대구시가 맡고 있을 뿐 클러스터 건립 등 전반적인 사업 진행은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다.

물산업클러스터 사업은 지난 2014년 1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뒤 2016년 11월 착공했다. 당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 타당성(B/C) 1.28로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검증되면서 이를 근거로 예산이 반영됐다.

대구시 '물산업 허브도시' 육성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돼 있으며, 지난 3월 이낙연 국무총리도 물산업 육성에 적극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총리는 3월 2018년 세계 물의 날 기념식에서 물산업 육성을 약속하며 "물산업 육성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절감했다"며 "정부가 민간의 노력을 지원하면서 정부 스스로도 선도적 유인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도 국비 확보 과정에서 정부가 예산 반영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일정 차질은 물론 사업 좌초까지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478억원의 국비 확보도 안심할 수 없는 데다 올해 편성된 633억원도 기재부가 예산 배정을 보류하는 수시배정예산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단계다. 이렇게 되면 당초 목표였던 내년 연말 준공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대구시는 무엇보다 물산업클러스터 내 입주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 위주이고, 대구뿐 아니라 전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치해 공사를 수주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혜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 영향을 받아 물산업클러스터 사업이 '지난 정부 사업' '대구가 특혜를 받은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국책사업은 중장기적 방향으로 정해지는 것인데 사업 그 자체를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정권에서 시작된 사업이라는 게 사업 추진에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면 재검토 논란 불씨

"대구 달성군에 조성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관련해 해당 사업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3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산업클러스터와 관련한 질의에 이같이 답하며 사업 백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이날 "예산을 들여서 지어도 운영 대안이 없다"며 "일단 예산만 내려오는 상태다. 전체적으로 중단할지 대안을 찾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재부와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김 장관 발언으로 인해 전면 재검토 논란이 불거지면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사업 추진에 있어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여론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완공을 앞둔 대형 국책사업의 중단까지 언급한 주무 부처 장관의 발언에 적절성 논란이 일면서 무책임함을 넘어 정책 일관성까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업 추진 동력, 법안 통과 시급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에 꼭 필요한 '물관리 기술개발 촉진 및 물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물기술산업법) 처리는 그동안 국회 파행 탓에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물산업클러스터 추진 여부와 그 성패가 달린 물기술산업법 국회 통과는 무엇보다 시급한 사안이다.

물기술산업법은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6월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이 발의한 물산업진흥법을 보완, 지난 1월 발의했다. ▷물산업 실증화시설 및 집적단지 조성 ▷물산업클러스터 입주 기업 지원 ▷한국물기술인증원 설립 ▷물산업 우수기술과 제품 우선구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TK특위'를 가동했지만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대구 특혜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올해 물산업클러스터 예산이 여당 의원에 의해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이후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야당 내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하며 번번이 좌초돼 지방 현안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인해 불황 그림자가 드리운 대구 경제에 새로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물산업클러스터에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 "원점 재검토 절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 부처가 법안 통과를 핑계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법안만 통과되면 운영 주체 선정, 예산 반영 등 운영 준비를 위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며 "법이 모든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법 통과만 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물산업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대한 재검토는 절대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중지나 원점 재검토는 아니다.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사업에 대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향성에 대한 긍정적 방향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도 예산 반영은 물론 올해 편성된 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측은 "관련 예산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며 "만약 예산 반영이 어렵게 된다면 기재부에서 반영될 수도 있고 국회에서도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법안만 통과된다면 기재부에서도 예산은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건만 되면 예산 반영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편성된 633억원 예산에 대한 수시배정예산 검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올해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환경부 차원에서 검토가 끝난 뒤 절차에 따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예산과 관계자는 "환경부 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있다. 예산은 편성돼 있는 상황이나 이전에 이슈가 있었고 환경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협의 요청이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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