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만성(晩成)

입력 2018-05-15 00:05:00 수정 2018-05-26 22:29:45

흔히 인재는 언제가 됐든 결국 빛을 보게 된다는 뜻에서 '대기만성'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무작정 시간이 흐른다고 모두 큰 그릇이 되지는 않는다. 성공하는 사례보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성공의 무대가 모든 야구선수가 꿈꾸는 메이저리그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떡잎 좋은 될성부른 나무는 통해도 대기만성형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든 게 메이저리그다. 게다가 잠시 반짝하다가 무대 뒤로 사라지는 선수가 다반사다.

그제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투수 브랜던 만의 스토리는 성공과 시간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실화다. 만은 16일로 만 34세가 되는 늦깎이 투수다. 2002년 탬파베이에 지명된 이후 16년간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독립리그, 겨울리그를 전전했다. 최근 2년간 그가 가방을 싸고 푼 마이너리그 팀만도 7개다.

그러다 올 들어 구위가 안정되면서 마침내 메이저 무대에 콜업돼 추신수가 뛰는 알링턴의 홈구장 마운드에 서게 된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감격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은 없을 것이다.

며칠 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면 한국 수준의 번영을 돕겠다"고 밝혔다. 체제 보장을 넘어 경제협력까지 약속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비핵화 행보가 순조롭다면 70년 만에 '마셜플랜'(서유럽부흥계획)이 다시 작동할 전망이다.

1947년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이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처음 마셜플랜을 언급할 무렵 유럽 사정은 '콘스탄티노플 함락 이후 유럽 최대의 비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최악이었다. 미국은 유럽이 되살아나야 무역시장이 커지고, 공산주의 팽창도 억제할 수 있다는 전략 목표를 갖고 서유럽을 지원했다. 이런 점에서 몇 남지 않은 공산국가인 북한에 미국이 70년 만에 부흥 계획을 꺼내 든 것은 아이러니다. 분단 70년, 북한의 현실이 안쓰럽지만 정상 국가로 다시 태어나는 희망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만성(晩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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