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최고령 선수 이석천 씨

입력 2018-05-15 00:05:00

발톱 3개 빠진 철인3종 첫 완주 "고통보다 쾌감 느껴지더라"

주 3회 '66㎞ 사이클 순환 코스' 맹훈

매일 200m 운동장 트랙 50바퀴 돌아

대회 출전 통해 대인 기피·우울증 치유

2020년 국제 철인3종 출전 마지막 꿈

철인3종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경기인 만큼 탄탄한 체력,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훈련과 철저한 음식 관리가 중요하다. 철인3종 경기를 20년째 뛰고 있는 최고령 현역 선수인 이석천(65) 씨는 대구철인클럽을 처음 만들어 지역 철인3종 기반을 닦은 주인공이다. 그가 철인3종을 하는 이유는 뭘까. 흔히 철인3종은 가진 자가 즐기는 부(富)의 스포츠라 한다. 그는 돈 없는 가난한 사람이다. 한때 사업 실패로 죽음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철인3종에 입문해 건강을 다시 찾았다. 그에게 철인3종은 삶을 지탱해주는 동반자이다.

◆철인3종 연습에 바친 일상

그는 매일 철인3종 연습에 여념이 없다. 월수금요일은 사이클, 화목요일은 수영, 매일 새벽에는 달리기 연습을 한다.

사이클은 수성구 지산동 자택에서 출발해 두 가지 코스에서 페달을 밟고 있다. 하나는 팔조령~풍각~헐티재로 해서 한 바퀴 도는 66㎞짜리 순환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팔조령~풍각~헐티재~비티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80㎞ 왕복 코스다. 평소에는 순환 코스를 타다 대회가 다가오면 왕복 코스를 탄다.

수영은 주변 수영장에서 연습한다. 매번 25m짜리 레인을 30~60바퀴 돌고 있다. 거리로는 1.5~2㎞가 된다. 토요일은 오전에 수영을 하고 오후에 사이클을 탄다.

달리기는 매일 200m 운동장 트랙을 30~50바퀴 정도 뛴다. 일요일에는 휴식 겸 스트레칭을 한다. 바깥 활동이 어려울 경우 집에서 평롤러(실내에서 자전거를 훈련할 수 있는 기구)에 자전거를 올려 20㎞ 정도 밟는다. 매일 아령 등을 이용한 웨이트 트레이닝은 기본이다. 음식은 미숫가루, 견과류, 초콜릿, 과일, 닭가슴살을 주로 먹는다.

◆첫 출전, 발톱 빠져 피 흥건

그는 20여 년 전 출판업에 종사하다가 실패했다. 재기를 노렸지만 사기를 당하는 큰 시련을 겪었다. 단란했던 가정도 파탄났다. 그 후로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이 심각해졌다.

"사실 당시 삶이 너무 힘들었어요.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어요." 정신적으로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했다. 자신을 이기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던 차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3종 경기에 입문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수영은 할 줄 알았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자전거만 후원받아 대회에 첫 출전했다. 1997년 제주도에서 열린 아이언맨 대회였다. 완주 기록이 13시간 20분으로 출전자 80여 명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말도 마소. 그때가 40대 중반쯤 됐을 게요. 변변한 러닝화도 없었죠. 나를 이겨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빨 깨물고 뛰었죠. 완주해 들어와 보니 발톱이 3개나 빠지고 발바닥에는 피가 흥건했어요. 고통보다는 쾌감이 느껴지더군요."

◆철인3종, 나를 지켜주는 은인

그는 대회 첫 출전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한 해 다섯 번 이상 철인3종 경기에 나가는 것. 지금까지 아이언맨 대회는 국제공인 4회, 비공인 4회 완주했다. 트라이애슬론은 20회 완주, 듀애슬론은 2번 완주, 아이스맨 대회는 1번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도 두 번 완주했다. 그는 철인3종은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물을 헤젓고 페달을 밟고 땅을 뛸 때마다 수없이 자문했다. 경쟁자는 오로지 자신뿐이었다. 나를 이겨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지금 돌이켜 보면 철인3종은 나를 지켜주는 은인이 됐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인생의 패배자가 돼 이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지도 몰라요." 그는 철인3종 경기를 통해 사업 실패로 심했던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을 치유한 것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아이언맨 대회 10번 완주 목표

그는 기록 경신을 위해서만 철인3종을 뛰지 않는다. 자신을 지키는 수단으로 뛰고 있다. 쉬엄쉬엄 뛰지만 인생의 행복이 깃들어 있다. 70세까지는 현역 선수로 뛰고 싶다. 그는 지난달 29일 수성못 일대에서 열린 제14회 대구시장배 철인3종 경기 대회(트라이애슬론)에 출전했다. 선수 1천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대구 선수로는 최고령이었다. 하지만 수영을 끝내고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통증이 너무 심해 마지막 달리기는 포기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되는 대로 6월 경주, 7월 안동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9월 국제공인 구례 아이언맨 대회에도 출전한다. 그의 마지막 꿈은 2020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철인3종 대회를 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언맨 대회 10번 완주 후 은퇴가 목표이다. 그는 철인3종을 하면서 사회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목욕 봉사, 짜장면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또 사후에 시신, 장기 기증 서약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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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3종경기 종류

#수영·사이클·달리기 3시간 30분 내 완주 '트라이애슬론'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함께 하는 철인3종경기는 일반적으로 트라이애슬론을 말한다. 트라이애슬론은 1977년 미국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도입됐다.

현재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 클럽 70여 곳에서 철인 3천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는 10개 클럽에 철인 500여 명이 등록돼 있다. 1999년 창립된 대구철인클럽은 대구 첫 클럽으로 지역 철인 활성화의 교두보를 놓았다. 지금도 대구철인클럽은 회원 200명이 활동하는 유명 클럽 반열에 올라 있다.

매년 철인3종경기는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에서 20여 개 대회가 열린다. 4월 대구 수성못 일대에서 열리는 대구시장배 철인3종경기가 전국 시즌 오픈 대회로 인기가 많다. 지난달 29일 제14회 대회엔 전국 선수 1천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루었다.

철인3종경기는 여러 가지 종목이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를 3시간 30분 내에 완주해야 한다. 트라이애슬론은 올림픽 코스이기도 하다.

아이언맨 대회는 수영 3.8㎞, 사이클 180.2㎞, 달리기 42.195㎞를 17시간 내에 완주해야 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9월 전남 구례에서 국제공인 아이언맨 대회가 열린다. 대회에는 국내외 철인 1천500명이 참가하고 상위 순위 30명에게는 철인의 로망인 하와이 아이언맨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또 하프 아이언맨 대회도 있다. 수영 1.9㎞, 사이클 90.1㎞, 달리기 21.1㎞이다. 풀코스 아이언맨 대회 출전 준비를 위한 전초전이다. 국내에서는 7월 제주에서 유일하게 열린다.

매년 일출부터 일몰까지 낮시간 동안 경기하는 태양의 철인대회도 2개 있다. 제주철인3종협회 주최로 6월(하지날)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수영 3.8㎞, 사이클 180.2㎞, 달리기 42.195㎞ 국제대회가 있다. 한국철인3종경기본부 주최로 10월 남해에서도 경기가 있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듀애슬론 경기가 있다. 트라이애슬론에서 수영이 빠진 경기로 가장 대중적인 러닝과 사이클링이 합쳐진 스포츠다. 달리기 5㎞, 사이클 40㎞, 마라톤 10㎞이다. 철인3종 시즌 이전에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추운 겨울에 열리고 있다.

대구철인클럽 창립자인 이석천 철인은 "일반인이 철인3종 입문을 위해선 수영을 배우고 전용 바이크를 준비해 클럽에 가입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며 "대구에도 철인3종 선수 양성을 위해 서울, 부산처럼 트라이애슬론 학교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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