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투를 국민 저항운동으로

입력 2018-05-14 00:05:00

2017년 10월 미국에서 발단된 미투(#MeToo) 운동이 올해 1월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미투 운동은 한 현직 검사가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되어 법조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정계, 학계, 종교계 등 사회 각 분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우리 앞에 드러난 성폭력, 성추행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단역 배우, 인턴 등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성폭행, 성추행을 당하고 세상을 등진 사례도 있다. 사회 지도층 일부 인사들은 양성평등을 말하지 않고 미성년자, 장애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여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일삼아 그들의 인권을 마구 짓밟았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어둠 속에 싸여 있던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한 압축 성장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그 이면은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3년간(2014~2016) 연평균 성범죄 발생 건수는 3만 건에 이르고 있으며, 2017년도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59.7%로 가장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최근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2009년 3월 꽃다운 나이에 한 맺힌 생을 죽음으로 미투한 배우 장자연 사건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5천796명이 동참하는 등 국민적 요구가 높으므로 반드시 재수사하여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의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이에 맞서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여성의 인권이 개선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렸다. 우리는 미투 운동과 위드유(WithYou)를 단순한 성폭력, 성추행의 고발을 넘어 부당한 권력, 갑질, 불평등, 부정, 서열 관계에 맞서는 국민 저항운동으로 승화시켜 차별 없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민 저항운동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여 이 운동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처벌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행법은 그 범죄행위의 중대성에 비추어 처벌 기준이 낮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셋째, 피해자에 대한 신분 보호 대책 마련과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2차 피해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장기화될 때 국민들은 피로감이 들 수 있고, 가해자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할 수 있으므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다섯째, 피해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가해자에게는 관대한 이중적 잣대는 아니 되며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우리가 갈망하는 사회는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가 아니라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미투 운동과 위드유를 국민 저항 운동으로 승화시켜 우리 사회의 부당한 권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외침이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가게 해야 할 것이다.

최병호 경북도 서기관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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