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거장 김환기 작품 대구 온다…22일부터 대구미술관 전시

입력 2018-05-14 00:05:00 수정 2018-05-26 18:09:41

동경 서울 파리 뉴욕 왕래, 작품세계 변화 과정 총망라

김환기 작
김환기 작 '무제'
1957년 파리 아틀리에서 작업하는 모습.
1957년 파리 아틀리에서 작업하는 모습.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이며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이끌어 낸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기획전이 22일(화)부터 대구미술관 2, 3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평생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각성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 끊임없는 조형 연구에 전념했던 김 화백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면서 작품에 내재된 내용과 형식, 미술사적 의미에 주목해 그가 추구한 예술성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김환기의 시대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2전시실과 아카이브 전시로 구성되는 3전시실로 구분된다. 2전시실에서는 일본 동경 시대(1933~37년)와 서울 시대(1937~56년), 파리 시대(1956~59년)와 서울 시대(1959~63년), 뉴욕 시대(1963~74년) 등 세 시기로 구분해 작품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1930년대 동경 유학 시절에 그린 유화 작품을 시작으로 드로잉, 과슈(Gouache:안료와 혼합한 불투명 수채물감이나 그것으로 그린 불투명 수채화) 작품, 종이 유화, 그리고 뉴욕 시대 대표 작품인 대형 캔버스의 전면 점화(點畵)까지 시대별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초창기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일본 유학 시대에서는 입체파, 미래파 등 서구 전위미술의 경향을 받아들이며 진취적인 시도를 이어간 초기 작품을 전시한다. 서울 시대에서는 바다, 항아리, 여인 등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추상적인 표현으로 구현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서울 생활을 접고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간 파리 시대에서는 항아리, 십장생, 매화 등을 기반으로 한 추상회화 작업을 소개한다. 다시 돌아온 서울 시대에서는 산, 달, 구름 등 한국의 자연을 푸른빛으로 간결하게 그려낸 그만의 독특한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이후 다시 한 번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건너가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뉴욕 시대에서는 색면 추상, 십자 구도 등의 다양한 조형적 실험과 연구 과정을 보여주는 과도기 작품에서부터 오늘날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점화 작품까지 시대별로 만나볼 수 있다.

김 화백의 삶을 보다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는 3전시실에서 열린다. 작가의 연보를 시각화한 그래픽 자료와 사진, 표지화, 판화, 팸플릿, 도록, 서적을 포함해 작가가 직접 사용했던 안료와 공구 등의 유품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유은경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김환기의 작품 세계 진면목을 확인하고, 그가 가진 도전 정신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추상회화까지의 여정을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 화백은 도쿄 일본대학 예술과 미술부를 거쳐 193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1947년 유영국, 이규상 등과 함께 '신사실파'를 결성해 한국 추상미술계를 선도했으며, 이후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교수를 역임하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화업을 이어 나갔다. 1963년에는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해 회화 부문 명예상을 수상했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많이 기여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1974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대구미술관 최승훈 관장은 "한국적 정서를 세련되고 정제된 조형언어로 승화시킨 김환기 화백은 우리 미술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평생을 바쳤던 작가"라며 "그의 면면을 다시 조명해 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8월 19일(일)까지. 053)803-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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