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구미 산동농협 금융사기 사건

입력 2018-05-11 00:05:00

구미 산동농협 장천지점에서 벌어진 120억원대 금융사기 사건에 농협 감사와 지점장이 연루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고객 돈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농협 간부가 사기꾼들의 범죄 행각을 도왔고 그 대가로 14억원을 받아 나눠 챙겼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인데, 그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감시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였다.

산동농협 금융사기 사건은 경찰 수사로 전모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데 피해액이 5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불어났다. 사기꾼들은 투자 알선을 미끼로 부동산개발업체와 개인 자산가에 접근해 산동농협에 각각 50억원과 70억원의 예탁금을 맡기게 한 뒤 이 돈을 몰래 빼냈다. 황당한 사기는 내부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점장은 규정에도 없는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예금주를 안심시켜 놓고 뒤로는 사기꾼들에게 수표를 줘 거액 인출을 도왔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기 행각을 돕는 대가로 산동농협 감사와 지점장은 각각 12억원과 2억원을 챙겼다.

농협 간부가 연루된 희대의 금융사기 범죄가 벌어졌는데도 농협 측이 보여준 태도는 유감스럽다. 비리를 예방할 감사 시스템이 존재나 했던 것인지 범죄를 막지 못했고 징후도 까맣게 몰랐다.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이후에도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건 덮기에 바빴다.

이번 사건을 보면 지역농협이 과연 제도권 금융기관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정도다. 농협 직원이 외부자와 결탁만 하면 비슷한 수법의 사기를 얼마든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농협은 경찰 조사와 별개로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경찰은 사기 가담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윗선 개입 여부 등도 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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