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 원룸 20대 父子 고독사, 또 구멍난 사회복지안전망

입력 2018-05-10 00:05:00

구미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성이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두 살배기 유아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생활고에 시달린 젊은 남성과 젖먹이 아들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외로이 생을 마감한 사건이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독사 또는 생활고 자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사회복지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구멍은 여전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전수조사를 하는 한편 이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긴급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생계가 어려운 가정이 지자체에 긴급 복지 신청을 하면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70만원의 긴급 생계 자금과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숨진 남성은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었고 아기도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 관할 동사무소는 이들이 관내에 살고 있는 사실조차 몰랐고, 긴급복지 시스템은 이들 20대 부자에게 전혀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했다.

노령화와 장기화된 경제 침체 상황을 감안할 때 홀몸노인과 저소득층의 고독사는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긴급 복지 시스템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지자체 인력 여건상 고독사 위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만큼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고독사 우려 가정에 대한 실효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급선무다. 예컨대 상수도나 전기, 도시가스, 전화 등의 사용량이 특별한 사유없이 현저히 떨어지는 가정을 지자체 복지사가 방문해 확인하는 방법 등이다. 이번에 숨진 남성도 두 달 전부터 월세를 내지 못하고 도시가스가 끊기는 등 위험 징후가 있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자체와 한국전력, 도시가스사, 통신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고독사 통합 경보 시스템 구축 등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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