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1954~ )
장구메기 엄마 묏등 앞에 산수유꽃 활짝 폈네
퉁퉁 불은 가슴 헤치고 젖꽃판을 피운 것은
마흔에 얻은 늦둥이
배불리 먹이지 못한 회한이 남아서일까
울다 말다 잠에 지쳐
마른 젖꼭지 물린 입술에 물집 잡혔을 때
부르튼 입술을 동냥젖으로 적셨다고
한 모금 두 모금 얻어 먹인
빚젖이 한 말은 실히 넘을 것이라고,
말귀를 알아들었을 때
―그럴 거면 왜, 왜 낳았어?
툭 던진 말에
부엌에서 산수유죽 끓이다 한쪽 구석으로 돌아서서
눈물 훔치던 엄마
올봄도 나는
키득키득 들까불며
산수유 꽃가지 찾아 가네
우리 엄마 묻은 곳에 젖 먹으러 나는 가네
―시집 『금호강에는 개미귀신이 산다』 (만인사, 2018)
늦둥이로 태어난 시적 화자 '나'는 엄마 젖꼭지가 말라 이웃 어미의 동냥젖으로 자랐다. "한 모금 두 모금 얻어 먹인/ 빚젖이 한 말은 실히 넘을 것"이라면, 아이가 배고파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엄마는 이 집 저 집 젖동냥 다니느라 버선발이 부르텄으리라. 그런데도 이 세상 자식들은 "그럴 거면 왜, 왜 낳았어?"라며 어미 가슴에 가끔 비수를 꽂는다.
산수유꽃은 왜 어미 무덤가에 피어날까? 인생은 수유(須臾)라서? 아니면 수유(授乳)를 통해 젖먹이 때의 궁기나 허기를 면하라고? 또, 산수유꽃은 왜 노란빛일까? '노란 손수건'처럼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다림이나 용서의 증표로? 아니면 '노란 리본'과 같이 헤어진 이와의 극적 상봉을 간절히 소망해서? 이런저런 생각에 올봄도 '나'는 산수유 노란 젖망울 터뜨리는 장구메기 엄마 묏등 찾아가며,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며가니 우리 엄마 묻은 곳에 젖 먹으러 나는 가네"(민요 「타박네」) 하고 흥얼대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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