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없이 다닐 수 없었다는 고장…곳곳에 정자'누각
물빛에 투영되는 반영(反影)이 아름다운 곳으로 경산 반곡지가 유명하다. 오늘은 반곡지 못지않은 반영을 자랑하는 함안 이수정으로 봄빛 여행을 떠난다.
아라가야의 본고장인 경남 함안군은 남쪽으로 여항산, 방어산, 오봉산, 천주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북동쪽으로 남강, 낙동강이 휘돌아가는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이다. 함안천, 석교천, 쌍계천 등 크고 작은 물줄기가 모여드는 지형이므로 물이 풍부하고 습지가 많다. 예부터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다닐 수 없다'는 속설이 전해오는 수향(水鄕)의 고장이다. 이 고장 출신 인물로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해 고향에 내려와 은둔 생활을 한 조려(趙旅1420~1489),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을 세운 주세붕(周世鵬1495~1554)이 있다.
당도가 높은 함안수박, 과육이 진한 오렌지색으로 노을을 닮은 노을멜론, 백자처럼 곱고 매끈한 백자멜론이 이 지역의 특산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우암소의 사골, 등뼈 등을 반나절 이상 고아서 우려낸 장국밥도 인기다.
◆물빛 투영이 아름다운 이수정
함안군청에서 여항면 방향으로 10여 분 거리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정감 가는 원림이 있다. 함안의 명소 이수정(二水井)으로 정자와 연못, 왕버드나무와 연두색 봄빛으로 단장한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무진정(無盡亭)은 연못 언덕 위에 있는 정자이며, 이수정은 이 연못을 일컫는 말이다. 많은 이들은 무진정과 이수정이 다른 곳인 줄 알고 있다. 원래 일수정, 이수정, 삼수정이 있었는데 도로가 확장되는 과정에 이수정만 남았다고 한다.
매년 사월 초파일에는 이곳에서 '함안 낙화놀이'가 열린다. 이 놀이는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매달아 이 낙화에 불을 붙여 꽃가루처럼 물 위에 날리는 불꽃놀이다. 조선 선조 때 함안군수로 부임한 정구 선생이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흔치 않은 전통 낙화놀이로 매년 부처님 오신 날 단 하루만 열린다.
언덕 위에 당당하게 자리한 무진정은 조선 명종 22년(1567) 무진 조삼(趙參1473~1544) 선생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세웠다. 그의 호를 따서 무진정이라 부른다. 소박하지만 기품이 서린 정자다. 조려의 손자인 조삼은 조선 성종 20년(1489) 진사시에 합격하고 이후 문과에 급제하여 함양, 대구, 성주, 상주 목사를 지냈고 사헌부 집의 겸 춘추관 편수관을 지낸 함안 태생이다.
초록의 신록이 내려앉은 이수정은 왕버드나무, 영송루가 물에 투영된 반영이 아름답다. 신선의 세계인 듯 환상적이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는 입구에 위치한 효행비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주차료를 받지 않는 공영주차장은 여유가 있다.
◆풍광이 멋진 악양루
남강과 함안천이 합류하는 지점에는 악양루가 있다. 악양마을 북쪽 바위 절벽 위에 아스라이 붙어 있는 듯 보이는 그림 같은 누각이다. 두보의 시로 많이 알려진 중국 둥팅호 악양의 풍광에 비길 만해서 악양루라 이름 지어졌다.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의 아담한 정자이다. 기두헌(倚斗軒)이라는 현판이 있었다고 전하나 지금의 현판은 청남 오제봉의 글씨로 쓰여졌다. 여기서 바라보이는 짙푸른 남강과 걷기에 좋아 보이는 악양둑방 길은 시원하고 통쾌하다. 남강에 저녁 노을이 지면 더욱 멋스럽다.
악양루 옆에는 생태연못, 방문자센터, 산야초원, 전망대, 악양데크로드 등으로 조성된 악양생태공원이 있다. 악양루는 찾기가 쉽지 않다. 생태공원에 주차한 후 함안천 방면으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된다. 가는 길에는 '처녀뱃사공' 노래의 원조라는 조형물도 볼 수 있다. 주차 공간은 넉넉하며 입장료는 없다.
◆숨겨놓은 보석, 합강정
합강정(合江亭)은 대산면 소재지에서 남강을 끼고 낙동강을 따라 20여 분 달리면 낙동강 건너편에 창녕 남지 읍내가 보이는 곳에 있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산길이다. 왕복 교행이 쉽지 않으므로 낙동강 둑방 적당한 곳에 주차 후 데크로드를 따라 걸어서 가는 편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아우라지, 양수리, 두물머리, 합천, 쌍계, 영천(永川), 합강이라는 용어가 붙은 지명은 두 개의 물길이 만나는 지점을 뜻한다. 합강정도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정자다.
용화산 기슭 풍취 좋은 곳에 위치한 이 정자는 인조 11년(1633)에 건립한 기와집으로 조임도(趙任道1585~1664)가 은거, 수학한 곳이다.
조임도는 장광현의 제자로 학문에 전념하여 학행이 뛰어난 선비다. 인조반정 후 인조효종 때에는 대군의 사부로 부름을 받았으나 이를 사양하고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오랜 풍상을 견디어온 큰 은행나무는 말없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정자는 숨겨놓은 보석 같은 곳으로 한적하고 청량하며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멋진 곳이다. 며칠 머무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곁에 있는 반구정도 곁들어 보면 된다.
◆전통 정원의 전형, 무기연당
무기연당(舞沂蓮塘)은 칠원면 무기리에 있는 연(蓮)을 심은 못이다. 담양 소쇄원, 영양 서석지, 보길도 세연정이 민간 정원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무기연당도 그에 못지않은 정원이다. 작은 한서문을 통과하면 조그마한 연못에 하환정, 풍욕루, 충효사(忠孝祠), 영정각이 있다.
소박하고 아담하면서 모든 구색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전형이다. 이곳은 '주씨 고가'로도 불리며, 국담 주재성(菊潭 周宰成1168~1743)의 생가이자 국담 이래 주씨 종가의 고택이다. 국담은 영조 4년(1728) 이인좌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워 난이 진압된 뒤 여러 관직을 권유받았으나, 모두 사양하고 후진 양성과 학문에 전념한 청렴 강직한 선비였다.
집 입구 솟을대문을 그냥 지나지 말고 위를 올려다보면 붉은 바탕에 흰 글씨의 충신, 효자 정려비가 보인다. 한 가문에 충신, 효자 정려비가 동시에 있는 집은 드물다.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단한 가문을 보니 숙연한 마음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주씨 고가는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되었다. 주차는 마을회관 한쪽에 하고 걸어서 가야 한다. 입장료는 없다.
Tip
◆가는 길
대구→중부내륙고속도→남해안고속도→함안IC→이수정(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도항말산리고분군(말이산고분군): 도항말산리고분군은 면적 약 46만여㎡(14만 평)에 무덤은 153기에 달하며 무덤 내부 구조는 수혈식 석곽이 많다. 아라가야시대 수장급 무덤으로 추정된다. 고분군 입구에는 2003년에 개관한 함안박물관이 있다. 가야시대의 각종 유물들을 전시해 아라가야의 우수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야외전시실에는 아라가야의 무덤을 재현한 전시물이 있으며 탁본, 퍼즐체험도 할 수 있다. 예약: 055)580-3901.
함안 법수면의 늪지식물: 3만3천911㎡의 넓은 면적에 물의 깊이가 1.5~2m인 이 늪지는 남강을 끼고 발달했으며 늪지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 제346호로 지정되었다.
정통 중국요리 국민관(055-582-4211): 짬뽕에는 홍합, 오징어, 새우, 주꾸미, 호래기 등 해산물이 푸짐하다. 시원하고 매콤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해물짜장면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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