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기숙사 신축, 원룸 소유주 반발…"생존권 위협" 반대 집회

입력 2018-05-09 00:05:01

학교 "현재 수용률 18.6%, 1만여명 대구 밖에 살아"

8일 경북대학교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이 경북대 기숙사 신축공사장 앞에서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1천2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들어서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8일 경북대학교 인근 원룸 임대업자들이 경북대 기숙사 신축공사장 앞에서 건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1천200여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들어서면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공사 강행' 입장을 보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경북대학교가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민자 기숙사 신축에 들어가면서 주변 원룸 임대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임대주들은 기숙사가 새로 들어서면 학교 주변 원룸의 임대료가 떨어지고 공실이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 주변 다가구주택 임대주들로 구성된 경북대기숙사건립반대위원회(이하 반대위)는 8일 북구 산격동 경북대 북문 앞에서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는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기숙사 공사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친 뒤 제2북문까지 2㎞가량 행진을 벌였다. 반대위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경북대 북문과 공사장 주변에서 연일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7월 경북대가 캠퍼스 내 과수원 터에 608실, 1천21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 신축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한진호 반대위 대책위원장은 "학교 주변에 1천300가구 규모의 원룸이 있다. 지난 2009년에도 기숙사를 신축해 1천362명을 수용했다. 기숙사가 더 확대되면 대부분 고령층인 원룸 주인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대 측은 기숙사 건립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학기 학부생만 2만2천여 명인 데 비해 기숙사 수용인원은 4천108명으로 수용률이 18.6%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경북대 관계자는 "대구 밖에 사는 재학생이 1만1천600여 명이고, 올 봄학기 기숙사 신청자가 6천206명에 달했다"면서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 거주자는 기숙사 입주가 사실상 막혀 있어 실제 수요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9일과 27일 두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임대주들은 기숙사 공사 중지와 도서관 및 주차장으로 용도 변경, 주변 원룸 매입 등을 요구했지만, 경북대는 난색을 표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공정률이 이미 28%에 달해 사업 중단 시 17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기숙사는 벽식구조여서 용도 전환도 불가능하고, 교외 원룸 매입 역시 법적 근거가 없고 관리상 어려움이 크다"고 맞섰다.

경북대 재학생들은 기숙사 신축 과정에서 정작 학생들이 배제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재학생 이모(23) 씨는 "생존권이 걸린 원룸 주인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지만 기숙사 추가 건립 여부는 결국 학생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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