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고속도로 터널 사고, 늑장 시설 개선 탓은 아닌가

입력 2018-05-08 00:05:04

최근 고속도로 터널 내 교통사고가 잇따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졸음운전과 과속, 불법 차로 변경 등 사고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두운 조명 등 구조적 문제가 빈발하는 터널 사고의 배경이기도 하다. 시설 개선만으로도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도 당국의 늑장 대처가 화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터널에서 차량 9대가 연쇄 추돌해 1명이 숨졌다. 앞서 청주~상주고속도로 수한터널에서도 12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공사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전국 고속도로 터널 교통사고는 642건으로 모두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2013년 100건이던 것이 지난해 161건으로 크게 증가해 터널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터널은 트인 곳보다 대형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훨씬 높다. 터널로 진입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데다 조명까지 어두울 경우 사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방어 운전에 필요한 공간이나 긴급 대피 공간도 많지 않다. 터널 내 교통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이 일반 교통사고보다 2.3배나 높은 이유다. 상황이 이런데도 낙후한 조명 시설은 좀체 개선 기미가 안 보인다.

터널 내 LED 전등 설치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LED 조명은 저압 나트륨 조명과 비교해 1.6배 밝고 시인성도 훨씬 좋다. 상주~영덕고속도로 등 몇몇 도로처럼 사고 예방을 위해 무지개 조명을 도입한 곳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터널은 여전히 조명이 어둡고 심지어 전등 일부만 켜는 터널도 있다.

도로공사가 다음 달부터 5년간 2천3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터널 조명 개선을 서두른다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20년 넘게 적황색 전등을 밝혀온 192개 터널부터 우선 LED로 교체한다. 가능하다면 완료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 낙후한 시설 때문에 인명 피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재바른 일 처리가 급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