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두레/2017

입력 2018-05-05 00:05:03

초록의 숲이 되는 것처럼

초록의 숲
초록의 숲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두레/2017

도토리 한 알. 혼자서는 힘이 없다. 그러나 도토리가 흙을 만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울창한 초록의 숲은 시냇물 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만들어 낸다. 그것이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되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까. 하지만 더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그 울창한 숲이 보잘것없는 한 노인 혼자 일궈낸 것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장 지오노(Jean Giono·1895~1970)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남부 오트 프로방스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전쟁 반대, 무절제한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 참된 행복의 추구, 자연과의 조화 등이 그의 작품의 주제가 된다. 34세 때 첫 작품 『언덕』을 발표하면서부터 역량 있는 신예작가로 주목을 받았고, 약 30편의 소설과 에세이, 시나리오를 써서 20세기 프랑스의 뛰어난 작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장 지오노는 실제로 오트 프로방스를 여행하다가 혼자 사는 양치기를 만났는데, 그는 황폐한 땅에 해마다 끊임없이 나무를 심고 있었다. 작가는 여기에 큰 감명을 받아 이 책의 초고를 썼으며, 그 후 약 20년에 걸쳐 글을 다듬어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야기가 그토록 생생하게 들리는 것은 자신이 크게 감동한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이야기 속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는 3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심을 품는 일 없이 꾸준히 나무를 심어왔다. 그가 한 일은 도토리를 땅에 심는 단순한 노동이었지만, 그것이 불러온 변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와 함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때 난폭하고 원시적이었던 사람들도 젊음과 활력으로 넘쳐났다. 고집스럽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낸 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이 노인을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70쪽)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비록 배운 것 없는 노인이었지만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기에'(9쪽) 그의 인격을 고결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노인을 통해 작가는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 어떤 사람도 거룩한 생각을 품고 굽힘 없이 목표를 추구해 나가면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ㄱ,ㄴ,ㄷ,ㄹ. 혼자서는 힘이 없다. 그러나 자음이 모음을 만나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글이 되었을 땐 이야기가 다르다. 아니, 다르길 소망해본다. 이 글이 누군가를 『나무를 심은 사람』에게로 이끈다면. 그 책에 감동을 받은 사람 하나하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결한 인격을 발휘한다면. 그러면 언젠가 우리는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도토리 한 알이 초록의 숲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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