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가는 라팍…삼성 최악 성적에 등돌린 팬들

입력 2018-05-04 00:05:00

올 시즌 누적 관중 12만2천명, 시원한 한방도 승리도 없고… 상식 밖 선수 기용으로 외면

성적 부진과 재미 없는 경기가 거듭되면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는 관중의 발길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SK와의 경기가 열린 2일 비로 경기가잠시 중단된 라팍의 전경.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성적 부진과 재미 없는 경기가 거듭되면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는 관중의 발길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SK와의 경기가 열린 2일 비로 경기가잠시 중단된 라팍의 전경. 관중석이 텅 비어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요즘 삼성 경기를 보면 야구장 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십니다."

10개 구단 9개 구장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가 개장 3년 만에 '유령 구장'이 될 위기에 처했다. 리그 '꼴찌'의 수모를 이어가는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좀체 납득이 되지 않는 선수단 운영으로 인해 팬들이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2일까지 라팍에서 치러진 총 14경기의 누적 관중 수는 12만2천466명으로 넥센의 고척스카이돔(9만8천628명) 다음으로 낮은 입장 인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4경기)엔 14만888명이 라팍을 찾았으나 올해는 이보다 13%(1만8천422명)가 줄어들었다. 라팍 역대 최소 관중 기록도 최근에 나왔다. 지난달 24일 NC전 입장 인원은 3천216명으로 라팍이 2016년 4월 1일 문을 연 이후 가장 썰렁한 날로 기록됐다.

라팍의 빈자리가 점점 늘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삼성은 2일 현재 라팍에서 3승 11패 승률 0.214를 기록하며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연일 패배만 안겨주고 있다.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 자체도 재미가 없다. 타자들은 시원한 홈런 한 방은커녕 잘 맞은 안타 하나도 제대로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또 용병을 포함한 투수들은 한 경기 한 경기를 겨우 '치르는' 듯한 인상을 주며 마운드 위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김한수 감독의 의아한 엔트리 구성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한이의 납득할 수 없는 2군행이다. 김한수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컨디션을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하며 직전 5경기에서 타율 0.412 OPS 0.973을 기록 중이던 박한이를 1군에서 말소시켰다.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한이에 대한 상식 밖의 기용에 팬들은 들끓었고, 급기야 김한수 감독이 경질되기 전까진 라팍을 찾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엄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최근 삼성은 대구시내 일선 학교에 공짜표를 뿌리며 관객 동원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북구 A중학교 관계자는 "올해 삼성이 시교육청을 통해 무료 입장권을 다량 배포하고 있다"며 "삼성은 학생을 동원해서라도 라팍을 채우고 싶은 모양이지만 정작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초 한국갤럽이 조사한 최고 인기 야구팀 순위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공동 2위에 오른 전국구 인기팀이다. 하지만 라팍을 찾는 관중은 개장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매년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우는 프로야구 추세와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무서운 건 팬들의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삼성은 언제쯤 이를 새겨듣고 라팍을 다시 만원 관중으로 채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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