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논란] 전문가 진단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美, 동아시아 시장 철수 의지 없어"

"미군 주둔, 자국 상권 보호 측면, 협상 안건 삼는다면 진도 안 나가"

한반도 상황이 정리되고, 기존의 전쟁 패러다임을 끝내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자국 이익은 여전히 동아시아 경제 발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 미군이 주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방국 안보를 위한 것도 있지만 미국 상권을 보호하는 측면도 크다. 미국은 동아시아라는 거대 시장에서 완전 철수할 의지가 없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미군 철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미 상당 부분 미국과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예전에는 미군 철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는 한 번도 그런 얘기가 없었던 만큼 어느 정도 조율된 상황일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전쟁 종결과 함께 평화체제로 가는 문제이다. 이후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존재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미군 철수를 거론하고, 이 문제를 협상 안건으로 삼는다면 너무 복잡해지고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순서에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를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하고 휴전 상태를 끝내는 게 우선이다. 남북이 적대적인 것을 없애고 독립된 두 개의 국가로 만들어지는 단계이다. 이 과정을 지나 북한 핵 폐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등 다른 문제들이 논의돼야 한다.

◆변영학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조정해야 할 시점 멀리 나간 발언"

"文특보, 화두 던질 수 있어도 벌써부터 미군 철수 논의 무리"

문재인 대통령과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간 의견 차이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외교부 입장과 통일부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직책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만한 것은 아니다. 문 특보가 충분히 화두는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을 잘 해야 하는 현 시점에 문 특보가 다소 멀리 나갔다. 판문점 선언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사안은 없었다. 평화협정을 하더라도 주한미군이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맞춰 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 문제가 나올 필요는 없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무리라고 본다.

미국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현재 미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나온다. 오히려 지난 10년간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기조 아래 한반도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 주류파로부터 생각도 자유롭고 협상에 능한 데다 깜짝 쇼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기 때문에 앞으로 북미 회담과 남은 과정이 관건이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