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老鋪)의 이력은 이따금 간판이 말해주기도 합니다. 옛 간판과 새 간판이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대구 불로동 '고향손국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3개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는 가게입니다. 직접 글씨를 칠한 간판부터 컴퓨터 디자인으로 인쇄한 간판까지, 간판 제작 기술 및 트렌드의 변천사도 보여줍니다.
▶이런 사례는 오래된 도심에 적지 않습니다. 대구의 경우 옛날부터 상권이 번성했던 북성로, 교동, 동인동, 약령시, 종로 등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걸었던 간판을 그대로 둔 북성로 '경신방염공사'는 수십년 역사를 간판 배치로 한눈에 보여줍니다.
동인동 '옥포열쇠'는 '옥포철물상사'로 취급 품목이 많아졌습니다. 약령시 '영대약업사'와 '광신한약방'의 오래된 한자 글씨 간판은 약령시의 분위기를 더욱 올려줍니다. 1907년 개업해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물포로 알려져 있는 종로 '대구지물'은 건물 벽면에 옛 간판 글씨가 쓰여져 있습니다. 이 건물 2층에 가면 과거 가게의 모습 그대로가 보존돼 있기도 합니다.
▶동인동 '대륙서점'은 시차를 옆으로 가게가 확장하면서 간판도 추가된 곳입니다. 교동 '황시당'은 조금 특이한 경우입니다. 주인도 각각 다르고 과거부터 모두 금은방이었는데 사진 맨 왼쪽 한 곳은 구제옷가게가 됐습니다. 업종은 바뀌었지만 간판을 교체(철거)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처럼 건물의 가게는 수시로 바뀌는데 간판은 바꾸지 않은 곳이 꽤 많습니다. 북성로 독립출판서점 '더폴락'은 이전하면서 과거의 간판을 떼지 않았고 현재의 자리에서 불과 수m 떨어진 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성로 식당 '제크'는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간판을 교체해 온, 전례가 없는 간판 변천사를 가진 곳입니다. 그 기록을 따로 이력 간판으로 만들어 걸어뒀을 정도입니다. 아쉽게도 이 곳은 2017년 초 다른 가게로 바뀌었습니다. 가게가 바뀌는 공사 당시 벽면에 적혀 있던 '옛날에 제크'라는 문구가 묘했습니다.
오래된 간판의 의미 중 하나가 '이곳에 이런 가게가 있었다'라는 메시지의 표현일 것입니다. 교동 '스튜디오 유연한'은 과거에 '형제조명'이라는 곳이 있었다며 간판을 그대로 둔 것은 물론, 가게 전면 알림글을 통해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유연한에서 알립니다. 형제도 없거니와 조명 가게는 더욱이 아니기에 간판을 바꾸려 했으나 나름의 멋이 있어 그냥 두었습니다만 삼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형광등과 꼬마전구를 사기 위해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형제조명이란 간판을 걸고 있는 이 공간은 서울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튜디오 유연한입니다.
스튜디오 유연한은 책, 포스터 등의 인쇄 매체를 기반으로 한 작업에서부터 브랜딩과 웹,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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