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왜 그렇게 자유한국당을 미워하느냐?"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국당을 줄곧 비판해온 필자의 칼럼을 꼬집어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요즘 한국당은 완전히 내려앉았는데 불쌍하지도 않느냐. 이제는 그만 욕해도 되지 않느냐…."
필자도 마음 약한 언론인인지라 한국당의 궁색함을 어찌 모를까마는,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연민의 정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다소 냉정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당은 폭삭 망해야 합니다. 집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한국당이 요즘처럼 어정쩡하게 살아 있으면 예전과 다름없이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분에게 한국당이 과거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6월 지방선거 '공천 파문'이라 말씀드렸다. 이를 보면 한국당이 왜 폭삭 망해야 하는지, 현재의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역민을 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은 한국당에게 마지막 남은 보루라고들 한다. 대구경북이 없으면 한국당은 뿌리 없는 '부유(浮遊)정당'에 불과하다. 하나뿐인 귀한 자식이라면 어르고 달래고 잘 돌봐야 마땅하지만, 한국당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잘 돌볼 것처럼 말을 앞세우면서도, 뒤로는 천진난만한 아이를 볼모 삼아 자신의 배 속을 채우길 서슴지 않는다. 대구시장'경북지사 광역단체장 후보는 마지못해 경선을 치렀지만, 기초단체장'지방의원 후보는 전략공천이라는 이름하에 해당 국회의원 맘대로 공천을 했으니 엉망진창이 됐다. 대구'경북 곳곳에서 '공천 파문'이 빚어졌지만, 한국당은 반성조차 없고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몇몇 곳은 기초단체장 후보로 적합한 인물이 공천됐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공천됐다. 나이 많고, 공직 경험이 없고, 과거가 깨끗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문제지만, 단체장으로서 제대로 행세할지 미덥지 않은 후보가 여럿이다. 공천자보다 경력, 학력이 앞서고 일도 더 잘할 것 같은 이들은 탈락했으니 공천 심사라는 것이 왜 필요한가.
공천장을 거머쥔 시장'군수'구청장 후보의 면면을 보면 해당 국회의원과 친분이 상당한 듯했다. 해당 국회의원으로서는 공천자가 '꼬봉'처럼 자신의 말에 고분고분하고, 재산까지 많으니 금상첨화일 것이다. 국회의원과 공천자, 양자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 향기로운 관계는 아닐 것이다.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탐욕과 잇속을 채우기 위한 지방자치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한국당이 지금 어렵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다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하는데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런 짓거리를 하면서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지 양심불량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홍준표 대표가 전략공천 카드를 들먹일 때부터 이런 작태를 예상하고 의도한 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에게 공천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대신, 자신의 당내 지지를 확보하려는 꼼수가 아니라면 요즘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인가. 지역민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당의 부패와 탐욕은 머지않아 심판받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당이 회의실에 '그래서 우리는 망했다'는 문구를 내걸었지만, 이제는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대구경북에서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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