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겉으론 '화해 협력 환영' 속으론 '분주한 수읽기'

입력 2018-04-27 00:05:00

6자회담 4강 표정…美, 북미 회담 영향 촉각-中, 종선 선언 여부 초조-日,대화 흐름 소외 답답

전 세계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 평화의집을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겉으로는 환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물밑에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비핵화 문제 등 역내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동북아 핵심 의제가 이번 회담에서 다뤄지는 만큼 저마다 전략 마련에 머리가 복잡하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다음 달 말에서 6월 초 개최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 전초전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수준의 합의가 나오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는 물론 결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내달 중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급히 잡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해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중국은 초조하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결정 이후 틈만 나면 자국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는 중국이 과거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협상을 주도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종전 선언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개입 의사를 비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으로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고 했다.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 23일 한반도와 관련해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노력으로 최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적극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남북과 미국 3축이 주도하는 대화 흐름 속에서 속을 태우고 있다. '사학 스캔들'이라는 내부 이슈를 대북 문제로 돌리고 싶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와 미국에 지속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독주가 못마땅한 러시아는 6자회담의 틀을 살려 북한 비핵화 문제에 개입할 명분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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