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데뷔 작품 '군중' 최다 관객, 대구 시민에 성공적 눈도장
올해 대구시립무용단에 젊고 잘생긴 예술감독이 취임했다. 젊다고 하지만 예술단 감독에 이를 나이니 20대 청년은 아니다. 1976년생, 우리나이로 43세다. 하지만 그의 날씬한 몸매와 유연한 몸짓 그리고 젊은 리더십을 보면, 그는 실제 나이보다 더 어려보인다. 아직도 현역 무용수로 뛰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짱짱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마침 지난달에 시립무용단 첫 정기공연인 '군중'이라는 작품도 대구 무용팬들에게 근사하게 선보였다. 2개월 반 동안의 고된 연습을 거쳐, 대구시립무용단원 전원(아픈 사람 제외)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그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 기간 내내 단원들 간의 화합도 좋았고, 각자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시립무용단원임에 뿌듯함도 느꼈다. 앞으로 시립무용단을 이끌고, 대구 무용을 대한민국 나아가 세계에 알릴 김성용 예술감독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나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25년 동안 무용에만 '올인'
김 감독은 동대구초등학교 시절 배드민턴 그리고 육상 선수였다. 대구 대표로 소년체전에 나갈 정도로 잘하기도 했다. 공부는 싫었지만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무용에 눈을 뜬 것은 신암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다. 담임은 공부와 담 쌓고 사는 당시 김성용 군에게 무용을 권했고, 김 군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담임의 사촌 동생이 시립무용단원이었기에, 김 군에게는 모델이 되어줬다. 무용이라는 장르에 눈뜬 김 군은 경북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입학했고, 오직 '무용=내 삶'이라는 집념으로 25년을 푹 빠져들었다. 사실 고1 때는 친구들이 "사내놈이 무슨 무용이냐. 가시나도 아이고~"라는 비아냥이 듣기 싫어 무용 연습을 하면서도 스스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고2 때부터 김 군의 무용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폭발했다. 고교부 무용 콩쿠르 대회에서 큰 상도 받고, 고교 때 입시 지도를 해줬던 최두혁 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역시 김 군의 신체 유연성과 탁월한 표현 능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낸 그는 한양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1997년, 만 20세에 동아 무용콩쿠르에서 남자 일반부 현대무용 분야 금상을 받은 이후 대한민국 남자 무용수로는 '기린아' 반열에 올라서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특급 무용수의 길을 걸었다. 43세의 그는 대구시립무용단을 젊은 리더십으로 이끌고 있다.
◆아픔과 성장 그리고 결혼
김 감독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약간의 원망이 삶 속에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그 원망도 지우고 살고 있지만, 어릴 때는 아버지의 바람기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고생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무용이라는 세계에 심취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섞여 더 무용만을 위해 산 25년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발군의 실력으로 큰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한양대 무용학과에 입학해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자연스레 밟았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동아 무용콩쿠르(1997년)에서 금상을 받은 것도 사실 아버지 때문에 가슴 아팠던 마음이 표현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토마스 안토니오 비탈리 작곡가가 쓴 '샤콘느 G단조'라는 음악에 매료돼, '샤콘느 G단조의 추억'이라는 작품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여덟 살 어린 젊은 무용수이자 제자였던 현 아내를 얻은 것도 무용 덕분이다. 김 감독은 모교인 한양대에서 강의를 하다, 당시 뛰어난 학생이었던 현재 아내(박은영)와 사제 간에 존경하고 아끼는 관계에서 애인 그리고 부부라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발전했다. 남편이 대구시립무용단 감독이 되기 전에 둘은 댄스컴퍼니 '무이'(티베트어로 흔적, 발자취라는 뜻)를 함께 운영했으나, 현재는 아내 혼자 맡고 있다.
◆무용 지도자로서의 인생과 향후 계획
타고난 유연성으로 큰 부상 없이 무용수로서 수많은 상을 받고, 무용계에서 이름을 널리 떨친 김 감독은 영화 '모던보이'에서는 영화배우 김혜수에게 안무를 지도하기도 했으며, 유지태·이재은 주연의 영화 '내츄럴 시티'에서도 안무를 맡았다.
이제 지도자의 길로 본격 접어든 김 감독은 긴 호흡으로 향후 포부를 밝혔다. "대구는 현대무용의 메카였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 명성을 다시 찾는 것, 그래서 현대무용의 메카 대구는 현재 진행 중이어야 합니다. 예전 대구시립무용단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지금 꿈꾸던 그 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 꿈꾸던 곳의 주인들이 조금 사기를 잃은 듯해 가슴이 아프지만, 무용수들과 같이 노력하면서 '이제 세계의 중심에 선다'는 각오로 새롭게 무용단을 정비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며, 안으로는 대구시민에게 더 수준 높은 공연으로 자주 다가갈 것입니다." 그는 지난달 제73회 정기공연 '군중'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최근 무용 공연으로는 최다 관객이었고, 올 8월엔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초청공연을 가지게 된다. 해외 공연은 9월 호찌민 오페라하우스와 11월 멕시코 모렐로스(Morelos) 공연을 준비 중이다. 그는 "제가 시립무용단의 많은 무용수들과 또 대구 무용팬들까지 생각하면서, 어깨에 큰 짐을 짊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담도 있지만,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나고 모든 것이 희망적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이제 늘 같이 출근하고 땀 흘리며 감독을 믿어주는 단원들을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더 더 든든하다. 무용을 보게 하고 무용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김성용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이력
-1997년 동아 무용콩쿠르 최연소 금상 수상.
-2002년 한국인 최초 일본 나고야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 은메달 수상
-2003년 한국무용협회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최우수 안무자 선정
-2008년 댄스비전 코리아 대한민국 최고 무용수상 수상
-2011년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5 선정
-2013년 무용예술상 안무상 및 댄스비전 코리아 최우수 안무가상 수상, 서울문화투데이 문화예술대상 젊은 예술가상 수상, 제34회 서울무용제 대상작 '초인' 안무 5개 부문 수상
-그 외 TV 프로그램 '댄싱9' 파이널 심사위원 활동, 국립 현대무용단 초청안무가, 한국무용학회 이사, 현대무용진흥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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