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생로병사 똑같이 일어나
창업 후 찾아올 위기에 결단 내려야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비교 판단
폐업 염려하고 조심하는 자세 필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이 라틴어는 승리해 개선하는 장군이 다음 전쟁에서 맞을지도 모를 패배와 죽음을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외친 말이라 한다. 사람은 언제든 죽을지 모르니 살아 있는 순간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 적용될 말인데, 이를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활동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싶다.
창업을 할 때면 언제나 원대한 성공을 계획하고 꿈꾼다. 더불어, 창업 지원에 관한 제도도 많고 사회적 관심도 크다. 최근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아예 창업에 관한 강좌를 여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청년이나 여성 창업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자금 지원 혜택도 있다. 창업은 시중의 자금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이고, 기술 개발, 고용 창출, 협력업체의 연쇄 창업, 이윤의 재배분과 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첫 단추이다.
그런데 '창업이수성난'(創業易守成難)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권불십년, 10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기업공개(IPO) 절차를 거쳐 비교적 안정된 자본이나 사업계획을 갖고 시작한 상장기업들조차도 세월의 흐름 앞에 경영진이 바뀌거나 주된 사업 종목을 갈아타는 일이 너무나 흔하다. 탄탄하던 재무구조가 변해 겨우 적자를 탈피하거나 결손 자본을 채우려 긴급 자금을 수혈받는 데 급급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의 생로병사는 기업에도 똑같이 일어난다.
창업 후 찾아올 위기는 부득이하다. 최선을 다해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위기에 대처하려 하여도 거시경제의 흐름이나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사장될 수밖에 없는 사업이 생겨난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사업이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나 경영상 과오 등에 의하여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쉽게도 창업이 아닌 폐업의 순간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업가는 많지 않다.
기업가라면 냉철한 판단에 의하여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스스로 비교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사업의 전망과 재무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분식회계를 시도하거나 무의미한 자금 조달에 더 매달리는 경우가 현존한다. 심지어 상환을 기대하기 힘든 시점에 도리어 더 큰 자금을 차입하거나 투자를 받으려는 극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대기업으로는 최근의 동양그룹이나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가 전형적인 예이며, 일반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사례들도 부지기수다.
결국 도덕적이고 올바른 폐업 매뉴얼이 필요할 때이다. 기업의 폐업 절차는 창업과 수성 과정에서 이뤄놓은 많은 성과들을 의미 없이 폐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성과를 유지, 계승하는 새로운 계기들이 되어야 한다. 기업 내 근로자나 거래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사회적 손실을 최소로 줄이고, 향후 재기나 재창업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폐업이나 도산 사례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폐업에 이른 기업의 자산을 인수합병 등으로 원활히 리사이클링해 내는 플랫폼도 필요하다. 나아가 재창업이나 재기 지원 금융 제도도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도산 상태의 기업이 적절한 대응 없이 방치되면 여러 민형사상 사건들이 산재해지고, 장본인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에 손을 놓아 모든 상황이 더 나빠진다. 사회적 비용만 증가한다. 때로는 손절매하는 심정으로 기업의 잔존가치를 지켜내고 조업을 멈추는 지혜도 필요하다. 항상 폐업에 이를 시점을 염려하고 조심하는 자세로 기업을 운영한다면 그 기업가의 수성 전략은 더 크게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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