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없이 몰락하는 삼성…'큰 그림' 없고 3년 연속 9위 걱정

입력 2018-04-24 00:05:01

제일기획 산하 삼성 스포츠단 전체적 부진, 생각해 볼 문제

지난 2014년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4연패를 이룬 뒤 자축하는 모습. 불과 4년 전이지만 하위권을 맴도는 지금의 삼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2014년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4연패를 이룬 뒤 자축하는 모습. 불과 4년 전이지만 하위권을 맴도는 지금의 삼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1월 삼성 라이온즈의 임대기 구단주 겸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생경한 바둑 용어를 인용했다. 먼저 큰 그림을 그리되, 작은 것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뜻풀이도 덧붙였다. 이제 그가 취임 일성을 밝힌 지 넉 달, 2018 KBO리그가 개막한 지 한 달이 됐다. 불행히도 현재 삼성엔 큰 그림도, 치밀한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삼성 왕조가 완전히 몰락했음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23일 기준 삼성은 총 25경기를 치러 9승 16패 승률 0.360으로 리그 9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두산 베이스와의 격차는 9.5게임. 10위 롯데 자이언츠(8승 15패)와는게임 차가가 없어 사실상 '공동 꼴찌'인 셈이다. '2년 연속 9위'라는 창단 이래 최악의 굴욕에도 불구하고 삼성엔 변화의 작은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올해 페넌트레이스 전체 144경기 가운데 아직 2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아무리 초반이라 해도 9위는 9위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격 부문의 부진은 이제 팬들의 인내심을 넘어섰다. 특히 타격의 응집력과 효율성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다. 삼성 타선은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병살타(24개)를 기록하며 극도로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불펜 필승조마저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삼성은 한기주, 심창민, 최충연이 경기 막판 무너지며 다 잡은 승리를 두 차례나 헌납했다. 야구계 인사 A씨는 "삼성의 가장 큰 문제는 이기는 법을 잊어버린 것"이라며 "리드를 지켜야 할 때 또는 따라잡아야 할 때 상황에 맞춰 준비된 플랜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수단 상황이 이런대도 삼성 프런트는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진을 이미 예견하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개막을 앞두고 한 삼성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올 시즌 8위 정도에 그칠 것 같다"며 "만약 투타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해 줘 5, 6위까지 반등한다면 가을야구를 노려봄직 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자립경영의 기반을 조성함과 동시에 매 시즌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겠다는 '큰 그림'을 홍보해왔다. 이른바 '자립경영'과 '가을야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3년 연속 9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르면서 허울뿐인 말로 전락하고 있다. 제일기획 산하 삼성 스포츠단 전체가 종목을 불문하고 모두 부진에 빠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삼성팬들의 불만은 이제 폭발 일보 직전이다. 삼성에 3년째 달라지지 않는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집단 행동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삼성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팬들은 다른 팀 팬들에 비해 얌전하고 착하다"며 "일부 극성팬 때문에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프런트에 비해 우리(삼성)는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야구계 인사 다수는 삼성의 부진이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우승을 향한 큰 그림, 치밀한 계획이 없는 한 삼성은 창단 이래 가장 긴 암흑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착안대국 착수소국'이라는 취임 일성이 실제로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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