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일전,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 담아

입력 2018-04-24 00:05:01

낙서하는 소녀 땅바닥이 공책

장두일 작
장두일 작 '땅에서 놀다'

어미 개와 강아지, 굴렁쇠를 굴리며 내달리는 소년, 집 위에 집이 포개진 풍경, 아름드리나무를 마주 보며 껴안고 있는 아이들, 바람에 휘는 미루나무 가로수 길을 가는 소년,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낙서하는 소녀, 그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개….

갤러리 아르스에스(범어도서관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장두일 작가(영남대 미술학부 교수)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은 알고 보면 어른들의 마음속에 유토피아로 자리한 유년의 기억을 불러온 것이다. 혼자서 땅에 낙서를 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지난 시절의 아련함과 애잔함이 묻어 나온다. 그렇게 호출된 유년의 기억은 이중적이다. 어른들(또는 현대인)이 상실한 것을 주지시키면서 동시에 아련한 추억에 빠지게 만든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땅바닥이 그대로 스케치북이 되고, 그 위에 글씨를 쓰면 그대로 공책이 되는 변신과 마술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기법도 독특하다. 한지 위에 먹과 물감을 활용해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고운 입자의 흙을 바른 후 도자기의 음각 기법, 스크래치 기법 등으로 사물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전통사회의 검약하고 소박한 색채를 떠올리기 위해 황, 적, 청, 흑, 백의 오방색을 주로 사용했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장 작가의 작업은 시대 감정이기도 하지만 현실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게 현대인이 상실한 것을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잃은 유년의 기억과 원형적 기억 앞에 서게 만든다는 점에서, 잊힌 자기와 대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작가의 작업은 예술을 통한 치유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장 작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또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엽서도 준비돼 있다. 29일(일)까지. 053)668-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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