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치료하면 또…끊임없이 생기는 병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최윤희(가명·30) 씨의 얼굴에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최근 심해진 장협착 증세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하루하루가 힘겹다. 그래도 최 씨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서태호(가명·9) 군과 딸 주희(가명·7) 양이 품에 안기자 옅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아이들은 최 씨를 버티게 하는 진통제이자 삶의 희망이다.
◆가정폭력 피했더니 찾아온 자궁경부암
최 씨는 9년 전 주유소에서 일하며 남편을 만났다. 열세 살 연상이던 남편은 듬직해 보였다. 최 씨는 "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인지 포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나이가 많은 전 남편을 만나 빨리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후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술을 마시면 욕설을 하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했다.
최 씨는 남편 대신 임신한 몸으로 새벽마다 인력시장에 나가곤 했다. 그는 "선착순으로 주는 일감을 받으려 오전 6시면 집을 나섰다. 일당이 5만5천원이었는데 남편 PC방 요금과 술값까지 주고 나면 직업소개소에 낼 수수료도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달라지리라 여겼던 남편의 행동은 둘째 아이가 생기고서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임신한 최 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는 등 생명에 위협까지 가했다. 견디다 못한 최 씨는 집을 나와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 주유소 주유원, 대리운전기사, 전단 배포 등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하루 17시간을 일하던 때도 있었다.
최 씨는 "쉴 수 있는 여유도 없었고, 일이 계속 눈앞에 보이니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게 몸을 혹사한 탓일까. 5년 전, 심한 하혈로 병원을 찾았고,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아이들은 24시간 돌봐주는 어린이집에 맡기고 2년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한때 시한부 진단까지 받았지만 다행히 항암화학요법이 효과가 있었다. 종양이 사라졌고, 현재까진 재발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생긴 장협착증이었다. 치료 과정에서도 기미를 보였던 장협착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졌다. 최 씨는 "물만 마셔도 복수가 찬 것처럼 배가 부풀어 오르고 복통이 계속된다. 내시경 검사도 하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생활고에 완치 판정 받는 것도 걱정
몸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은 늘 빠듯하다. 남편을 법정에서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 이혼소송을 내지 않은 탓에 혼인관계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사회복지 혜택도 받지 못했다. 2년 전 한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한부모가정으로 인정받고 기초생활수급비도 받게 됐지만 120만원 정도의 수급비로는 여전히 형편이 어렵다. 그동안 쌓인 1천만원 정도의 빚도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오는 10월이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돼 완치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리 반갑진 않다. 지난해 5월에는 담석증 수술을 받았고, 같은해 10월에는 위와 대장이 협착 증세를 보여 열흘간 입원하는 등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복지혜택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최 씨를 버티게 하는 힘은 '복덩이' 아이들이다. 첫째 태호 군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의젓하다. 최 씨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씩씩하게 잘 다녀오라며 집안일도 챙기고 동생도 돌보곤 한다. 2년 전부터 한자공부를 시작해 한자 5급 자격증도 땄고 지난해까지 학교시험도 대부분 100점을 맞을 정도로 공부도 잘한다. 떼쓰는 일은 좀처럼 없다.
막내 주희 양도 어리지만 오빠를 닮아 얌전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오른발목이 안쪽으로 굽어 여섯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잘 이겨냈다. 수술 경과가 좋아 오는 8월 발목에 고정한 금속 핀을 빼내면 완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섯 살이 돼서야 말을 시작했고 아직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등 4세 수준의 언어 발달을 보이고 있다. 아동복지재단을 통해 주 1회 치료를 받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 씨는 "바라는 건 아이들이 잘 크는 것 하나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빨리 몸을 추슬러서 애들을 좀 더 잘 보살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앞으로도 반듯하게 잘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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