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 정상회담 전문가 릴레이 진단] <1>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입력 2018-04-23 00:05:00

北核 폐기 진정성 확인까지 시간 걸릴 듯

4월 27일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무척 바쁘다. 평양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풍성한 성공을 거두었다. 북한은 원하는 만큼의 '핵무력 완성'을 이룬 연후에 평화 국면을 주도하는데 성공하여 '핵국 대 핵국'이라는 대등한 지위에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기존의 주장을 상당 수준 관철했다. 대미 협상을 위해 한국 정부를 중재자로 이용하는 데에는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외교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의 중재로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자 중국은 한반도 주도권을 놓칠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환대하고 혈맹 관계를 확인해 주었다. 일본도 '재팬 패싱'을 우려했던지 "핵폐기에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의 폐기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끼어들었고, 핵폐기 이후 대북 관계 개선 의사도 밝혔다. 인권탄압국이자 최빈국인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면서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고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외교 위상을 이룬 것이다.

한국 정부에게 있어서도 4'27 정상회담의 외형적 성공은 이미 담보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김 위원장이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관련 '선물'을 제시할 것이 뻔하며,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내건'비핵화의 전제조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공동경비구역의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문재인 대통령의 환대, 포옹, 화기애애한 회담장 등을 포착하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고, 정치세력들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선전전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들은 어디까지나 외형적'단기적인 것이다.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회담의 성패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판명될 것이다. 예를 들어, 27일 정상 만남에서 아무리 화려한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북한의 핵폐기 진정성이 확인'실행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인지 아니면 단기적'외형적 성공을 위해 평양의 기분을 맞추고 대변인 역할을 하는데 급급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축제'에만 연연하여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잘못된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는 의외로 빨리 나올 수 있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개혁 개방을 택한다면 국제사회는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 경제 협력 등으로 화답해야 하고 한국이 그 선봉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핵폐기 진정성의 증명'이행 이전에 우리의 안보장치들을 해제하거나 약화시킨다면 언론이 아무리 '축제 분위기'를 띄우더라도 정상회담은 초입부터 실패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안보정책이란 상대의 선언이나 선언적 조치가 아닌 상대가 보유한 실질적 능력에 의거하여 수립되는 것이며, 그것이 안보 정론(正論)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 단계에서 평화협정이 운위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평화협정은 한미동맹, 주한미군, 연합훈련, 유엔군사령부 등의 존재 이유를 소멸시킴으로써 한국 안보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안보장치들은 북한의 6'25 남침과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북핵 이전부터 존재해온 것이며, 설사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정권 안정을 위해 도발과 긴장을 필요로 하는 북의 체제가 바뀌는 것이 아닌 이상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축제 무드 속에 이런 문제가 얼렁뚱땅 결정되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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