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끈 '병호시비' 중심, 호계서원 복원 본격화

입력 2018-04-23 00:05:00

국학진흥원 인근 이전 확정…지난 2월 15억 들여 부지 조성, 서애 좌배향, 학봉 우배향 결정

400여 년을 문중과 후학들이 자존심을 걸고 싸워온 학봉 김성일(1538~1593)과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위패 서열 논쟁인 이른바 '병호시비'(屛虎是非) 논란의 중심이었던 호계서원(虎溪書院'경북유형문화재 제35호) 복원작업이 본격화된다.

'병호시비'는 1620년(광해군 12년) 퇴계 이황을 주향으로 하는 여강서원(廬江書院'1676년 호계서원으로 사액받음)을 건립하면서 종향자인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가운데 누구의 위패를 퇴계의 왼편에 둘지를 두고 문제가 발생한 사건이다. 즉 '애학'(厓鶴)이냐, '학애'(鶴厓)냐 하는 문제로 400여 년을 끌어온 영남 3대 시비 가운데 하나이다.

호계서원은 원래 90칸 건물 규모를 자랑했으나 대원군 서원 철폐 때 훼철(毁撤)된 후 1878년 강당만 건축되고, 안동댐 건설로 1973년 지금의 임하댐 아래로 이건됐다. 하지만 임하댐 건설과 함께 여수로의 물보라와 습기로 인해 서원 건물 훼손이 우려되면서 이건과 복원이 추진됐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와 안동시의 중재로 지난 2013년 5월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호계서원 복설 추진 확약식'에서 안동 호계서원복설추진위원회는 퇴계 선생 위패 좌배향에 서애 선생, 우배향에 학봉 선생을 모시기로 하고, 대산 이상정(1711∼1781) 선생을 추가로 우배향에 추향하기로 결의, 400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호계서원 복원에 들어갔다. 먼저 국학진흥원 인근으로 이건 계획을 확정하고, 문화재위원회 승인 등 행정 절차를 마치고 15억원을 들여 부지 조성과 숭교당, 동몽재 이건 공사를 지난 2월에 마무리했다.

또, 국'도비를 포함해 모두 50억원을 들여 사당과 동'서재, 문루, 보상고 등 11동 규모로 복원한다. 지난해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올 들어 적격심사를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했으며 현재 8%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호계서원 복원사업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계서원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근 한국국학진흥원과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교문화 및 인성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교육생과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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