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우박 피해 농가 긴급자금 25억원 보상, 농작물 재해 보험 확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어도 봄 같지 않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들녘을 분주히 오가는 늙은 농사꾼의 굵은 주름살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다. 최근 우리 농촌은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와 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수입 개방 등으로 대내'외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농업이 지역 기반 산업인 봉화군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농업의 위기는 곧 군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청탁금지법의 전면적인 시행으로 본래의 시행 취지와 달리 농수축산업 전반의 경기가 침체해 농가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군 전역을 덮친 우박으로 2천808㏊의 농경지 3천76농가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는 봉화군의 신바람 나는 농정을 들여다봤다.
◆도내 최초 농업재해 조례 제정
지난해 6월 내린 우박 피해를 본 봉화군은 전국 최초로 '농어업재해 농어가 경영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한다. 이 조례는 농업정책의 우수성뿐 아니라 위기 극복의 모범적인 선례라는 평을 받는다. 또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의 지속적인 적립과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확대 시행 등은 위기에 대비한 안정적인 농업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대책들은 위기 극복 차원을 넘어 군민 전체 60%를 차지하는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였다고 군은 말한다. 봉화군이 적극적으로 펼친 농정이 이룩한 성과라는 것. 소득으로 환원되는 단순한 삶의 질 향상이 아니라 농업 전반에 대한 체질 개선을 이끌어 냈다는 데 차별화 지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농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가 단위 피해율이 30% 이상인 농가에 긴급경영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 조례 제정으로, 뜻하지 않은 재난을 입은 농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실제로 봉화군은 조례에 근거해 긴급경영안정지원비 25억원, 재난지수 300 미만 피해 농가 복구비, 농사용 하우스비닐과 농작물 생육 활성을 위한 농자재, 축사 부속시설물 복구비용 일부 등을 지원했다. 또 피해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우박을 맞아 상품성이 떨어진 사과 팔아주기, 특판전, 가공용 수매 지원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진 농민에게 큰 힘이 됐다.
이뿐 아니다. 군은 자연재해로부터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을 보장하기 위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보험금 부담을 확 줄여 줬다. 이유는 과도한 보험금 때문에 재해보험 가입을 꺼리는 농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군은 올해 현재까지 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총보험료 가운데 군비 부담 비율을 35%까지 높이고 농가 부담률을 8% 이내로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재해보험 가입대상 면적이 6천80㏊인데 그중에 1천165㏊가 보험에 가입,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 기반을 구축했다. 군 관계자는 "재해로부터 농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내 최초로 농업재해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재해로부터 안정적인 영농을 보장받기 위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늘렸다"며 "앞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의 지역편차와 요율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경북 최초 농업인 월급제 시행
경쟁력 있는 농업 기반을 조성해 소득을 높이고, 높인 소득으로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농촌이 바로 봉화가 꿈꾸는 농촌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인기비결은 소득 '안정'이다. 그래서 봉화군이 추진하는 농업인 월급제가 주목받는다.
올해 2월 7일 봉화군이 농협과 업무협약을 맺고 경북도 내 최초로 농어업인 삶의 질 특별법에 근거한 봉화군 농업인 월급제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농업인 월급제는 가을 수확기에 편중된 농업 소득을 월별로 나눠 농산물 출하 금액의 일부를 매월 월급처럼 지급하는 것이다. 농가의 경영 안정과 안정적인 영농 추진을 돕고 있다. 이 제도는 4월부터 시행돼 9월까지 총 6개월간, 매월 10일 100만~300만원이 월급 형식으로 농가 계좌로 지급된다.
봉화군이 농업 경쟁력 강화에 발 벗고 나선 이유가 있다. 지난해 기준 봉화군 예산은 4천205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20%인 900억원이 농업 예산이다. 농가 수는 1만7천688호이며 농업 인구는 1만9천639명으로 군 전체 인구 3만3천358명의 60%이다.
농업 생산액은 3천753억원이다. 봉화 한약우를 비롯한 축산 분야 생산액은 1천505억원(40.1%)이다. 전국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사과를 포함한 과실류 생산액은 818억원(21.8%), 전국 2위의 생산량과 고품질의 고추, 고랭지 배추 등 밭작물 생산액은 740억원(19.7%), 당귀'천궁'산양산삼 등 약재를 포함한 특용작물 생산액은 424억원(11.3%), 식량작물 생산액은 252억원(6.7%)이기 때문이다. 봉화군 자체가 농업중심사회이다.
군민 60%를 차지하는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은 바로 봉화군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10조9천69억원을 투입,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의 생활 격차를 없애는 데 노력하고 있다.
봉화군 관계자는 "안정적인 농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농업인 월급제를 추진했다"며 "현재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농가를 대상으로 우선 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벼와 사과, 고추 작목 등으로 점차 지원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 농업인 월급제는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영농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농산물 가격안정 기금 조성
봉화군은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100억원의 농산물 가격안정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까지 90억원을 적립했다. 올해 나머지 10억원을 목표로 기금 조성에 나서고 있다.
현재 사과, 고추, 수박, 감자, 당귀, 한우 등 봉화군을 대표하는 농축산물 품목을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고,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추가로 품목을 확대 지정할 계획이다. 조성된 100억원의 기금은 내년부터 농축산물의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하락했을 때 지원하게 된다. 생산비와 최저 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한다.
봉화군은 앞으로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농민 중심의 다양한 정책들을 펴나갈 계획이다. 앞에 거론한 정책들은 추가적인 검토'보완 과정을 거쳐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농촌 일자리 창출사업의 확대, 농기계 임대사업장의 장비 확충 등 농업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앞장선다.
농업의 혁신인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도 한발 앞선 정책을 펴나갈 방침이다.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군은 지난해 설립된 봉화 로컬푸드 직매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농산물종합가공센터와 청과물 공판장 건립, 신뢰할 수 있는 농산물 유통체계 구축, 봉화의 청정 농산물을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에 앞장서기로 했다.
또 농업의 화두인 생산'가공'유통 전 과정을 융복합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봉화군은 사과'베리류 가공시설 6곳, 농산물 발효장류 11곳, 절임배'김치가공장 8곳을 포함해 총 48개의 6차 산업 경영체를 운영, 6차 산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국'도비 지원사업을 기반으로 지역공동체 소득 육성, 농촌 소득자원 발굴, 고부가 기술농 육성, 선도농업경영체 CEO 육성 지원사업 등도 꾸준히 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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